주머니에 손을 넣을 시간도 아까웠을까?
왠지 먹먹한 마음으로 기찻길 만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카자흐스탄 누런 가을 황야의 텅 빈 공간 그리고 기찻길.
이름 모를 이들이 수없이 떠나고 멀어져 갔을 길.
막연한 그리움일까?
떠남과 멀어짐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귀환의 약속.
무엇으로부터 나는 그런 감정에 휩싸였을까?
아주 오래된 사랑의 기억일지
아님 그리 오래지 않은 떠남과 보냄의 아쉬움이었는지
그리고 눈에 들어온 아직 녹색 생기 남아 있는 작은 들풀 하나
흔적도 없는 바람의 연출일까?
여리게 흔들리며 아직 남은 기차의 잔향을 흩뿌리듯 하늘하늘하는 들풀
우연히 마주친 너와 나
다시 이 기찻길에서
언제고 다시 볼 길이 있을까?
만남과 떠남
그 칸칸이 가득 담긴 사연의 교차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