콥트, 그리스도를 만난 파라오의 후예들

프롤로그: 이집트에서 내 아들을 불렀다

by 청연

예언된 땅


"그날에 이집트 땅 한가운데에 주(主)를 위한 제단이 있으리라" —이사야 19:19, 히브리어 성경 직역


골고다 언덕, 빈 무덤, 오순절의 다락방. 기독교의 시작을 말할 때, 사람들은 예루살렘을 떠올린다.

그러나 콥트교도들은 고개를 젓는다.


나일강. 그들의 손은 이집트 땅 한복판을 가리킨다.


기원전 700년경, 예언자 이사야는 이상한 말을 남겼다. 이집트 땅 한복판에 야훼의 제단이 서리라고. 당시 이집트는 파라오의 땅,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땅, 태양신 라(Ra)의 땅이었다. 유일신 야훼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곳이었다.


피난처가 된 파라오의 땅


그로부터 700년이 흘렀다.


"이집트로부터 내 아들을 불렀노라" —호세아 11:1, 히브리어 성경 직역
"이집트로부터 내 아들을 불렀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라" —마태복음 2:15, 헬라어 성경 직역


호세아가 노래한 '이집트에서 부른 아들(מִמִּצְרַיִם קָרָאתִי לִבְנִי, 미미츠라임 카라티 리브니)'은 본래 이스라엘 민족을 가리켰다. 그러나 마태는 이 구절을 아기 예수의 피난과 귀환으로 새롭게 읽어냈다. 옛 예언이 한 아이의 발걸음 위에서 성취된 것이다.


예수가 태어난 해, 유대 땅에 칼바람이 불었다. 헤롯 대왕이 베들레헴의 두 살 이하 사내아이를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방 박사들이 "유대인의 왕"을 찾아왔다는 소식이 그의 광기를 건드린 것이다.


그날 밤, 요셉은 꿈에서 천사의 음성을 들었다.


"일어나 어린아이(파이디온, παιδίον)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라. 내가 네게 말할 때까지 거기 머물러 있으라. 헤롯이 어린아이를 찾아 죽이려 함이라." (마태복음 2:13, 헬라어 성경 직역)


요셉은 그 밤으로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데리고 남쪽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이집트였다. 이집트는 그 아이에게 죽음을 피하는 요람이었고, 사명을 준비하는 은신처였다.


나일강을 따라 남긴 발자취


성가족은 시나이 반도를 건너 이집트에 들어왔다.


콥트 전승에 따르면, 그들은 한 곳에 머물지 않았다. 나일 삼각주에서 출발해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헤롯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내려갔다.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강변의 동굴에서, 낯선 마을의 그늘에서 밤을 보냈다.


3년 반. 성가족은 이방인의 땅에서 긴 기다림을 견뎠다. 아이는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고, 나일강의 계절이 세 번 바뀌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유대 땅에서 소식이 왔다.


"일어나 어린아이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라. 어린아이의 목숨을 찾던 자들(헤롯 대왕)이 죽었느니라." —마태복음 2:20, 헬라어 성경 직역


성가족은 왔던 길을 되짚었다. 나일강을 거슬러 북쪽으로, 시나이의 모래바람을 뚫고 마침내 나사렛에 닿았다. 그것은 단순한 귀가가 아니었다. 천 년 전 모세가 이끌던 수십만의 발소리가 새겨진 그 길 위로, 이제 한 아이의 작은 발자국이 포개지고 있었다. 이집트로부터 불려 나온 이 아이가 걸어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오래전 이사야가 예언한 말이 살아 움직이는 역사가 되는 과정이었다.


예수가 먼저 밟은 땅


"이집트는 박해받는 하나님의 아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한 유일한 땅이었다." — 콥트 정교회 공식 전승


콥트교도들에게 이 문장은 단순한 자부심을 넘어선 존재의 이유다. 유대 땅이 예수를 밀어낼 때 이방의 땅 이집트는 그를 품었다. 헤롯의 칼날이 아이를 찾을 때 나일강은 그 아이를 감추어주었다.

그들은 이 이야기를 단순한 피난 기록으로 읽지 않는다. 그들에게 이것은 축성(祝聖, 거룩하게 구별함)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의 흙을 밟았다. 나일강 물을 마셨다. 이집트의 하늘 아래서 잠들었다. 그가 머문 모든 곳은 거룩한 장소가 되었다. 700년 전 이사야가 예언한 "이집트 땅의 제단"은 어린 예수의 발걸음으로 이미 준비되고 있었다.


훗날 성 마가가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했을 때, 그는 빈 땅에 복음을 심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예수의 발자취가 스며든 땅에 교회를 세운 것이었다. 콥트 교회는 바로 그 환대의 기억 위에 세워진 거대한 기념비다.


Giotto_di_Bondone_-_No._20_Scenes_from_the_Life_of_Christ_-_4._Flight_into_Egypt_-_WGA09198.jpg 조토 디 본도네, 《이집트로의 피난》, 프레스코, 1304-1306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당나귀 위에 앉아 있고, 요셉이 앞장서 이끈다. 천사가 그들의 여정을 인도한다. 콥트 교회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성경 이야기다.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준비된 땅, 기다리던 사람들


나사렛의 아이는 자라 서른 살에 공생애를 시작했고, 서른셋에 십자가를 졌다. 그리고 부활했다. 오순절에 성령이 임했고, 제자들은 땅끝까지 흩어졌다.


서기 42년경, 성가족이 이집트를 떠난 지 40여 년이 흐른 시점. 한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알렉산드리아로 향했다. 아기 예수가 먼저 밟고 간 땅, 이사야가 예언한 제단이 세워질 땅. 이미 축성된 토양 위에 복음의 씨앗을 심을 사람이었다.


마침내 그리스도를 만난 파라오의 후예들.

콥트 기독교 2천 년 역사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는 2천 년 전 나일강에 뿌려진 한 알의 밀알이 어떻게 오늘까지 살아남아 숨 쉬고 있는지, 그 끈질긴 생명의 여정을 따라가 볼 것이다. 천천히, 그러나 의미 깊게.




"이집트의 흙은 성가족의 발자국을 기억하고, 나일강은 그들의 기도를 기억한다."
— 콥트 정교회 구전(口傳) 전승 중에서




참고 자료

Otto F.A. Meinardus, Two Thousand Years of Coptic Christianity (American University in Cairo Press, 1999)

Raymond E. Brown, The Birth of the Messiah: A Commentary on the Infancy Narratives in the Gospels of Matthew and Luke (Yale University Press, 1993)

W.D. Davies & Dale C. Allison Jr., A Critical and Exegetical Commentary on the Gospel According to Saint Matthew, Vol. 1 (T&T Clark, 1988)

콥트 정교회 공식 웹사이트, "The Holy Family in Egypt" (copticchurch.net)

UNESCO, "Journey of the Holy Family in Egypt" (Tentative List,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