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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Feb 14. 2021

망망(望望)

#바람의 노래. 여덟

망망()

望ㅁ

그대 누구를 바라보고 있습니까?

그대 무엇을 바라보고 있습니까?

그대의 알 수 없는 깊음은 무슨 연고입니까?

너무 빨리 달린 탓에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는 것입니까?

너무 빨리 달려가버린 세월을 이제는 놓아주는 것입니까?

용서하는 것입니까?

질투하는 것입니까?

사랑하는 것입니까?


나는 또 왜 그대 뒷모습 그 막연함을 주제넘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나는 왜 이해하려 합니까?


당신의 뒷모습에 그 모든 것들이 배어 납니다. 


당신은 무엇인가 잃어버린 듯합니다. 

모진 세월에 자신의 숨 조차 잃어버린 듯합니다. 

너무 많이 울어버린 탓에 더 버텨낼 소리가 없나 봅니다.

들어줄 사람이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말을 잊어버렸나 봅니다. 

 

그대의 바람을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그대의 바람을 마음으로 그려 봅니다. 


다만 너무 가깝지 않은 이 적당한 거리가 비밀스러운 그대를 안심케 하길... 

다만 그대 앉은자리에서 일어서 가벼이 돌아서길... 

다만 이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한 조각 위로가 되길... 


- D. 우 - 




직업의 특성상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하지만 모든 만남이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경우 누군가의 위로가 되기도 하고 나 또한 위로받기도 하면서 집착함 없는 인연으로 이어진다.

(갈수록 그 특별한 경우가 잦아진다는 건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생각해 보면 '위로'라는 매개체는 긍정적인 관계 형성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문득 던져보는 질문. 


참된 위로란 무엇일까?


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어도 그 사람을 완벽하게 사랑할 순 있다.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대사 중 - 


위로는 그런 것이 아닐까?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설령 완벽하게 이해했더라도 아직 위로는 별개의 문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이해가 곧 완벽한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로는 다시 사랑으로 귀결된다.

사랑으로 드러나고 아름답게 완성된다.  

인간사 결국 해답은 사랑이다. 


참 위로는 망망(望望)이다.  
그가 바라봄(望)을 나도 함께 바라봄(望)이다.
그의 바람(望)을 나도 함께 바래봄(望)이다.
- D. 우 -       




그대와 함께 듣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동행 / 최성수 

*제목을 클릭하시면  Youtube 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누나 나와 같이 함께 울어 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듯한 동행이 될까?

- 동행 중 -


살다 보면 꼭 그런 날들이 있습니다. 


무인도에 덩그러니 던져진 1인 인 것 같은 날

외로움이 둘러친 울타리에 공허함만이 느껴지는 날

나와는 관계없이 돌아가는 세상, 내가 환영받는 자리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날 

비가 오는 날 나만 우산이 없는 것 같은, 내겐 우산을 가져다줄 누군가가 있다는 기대조차 없는 날

살아도 정말 열심히 살아도 잘 살아지지 않는 날들이 있습니다.  


바람은 노래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피고 지는 모든 날 

그 가녀린 꽃잎에 이는 감당할 수 없는 이슬의 무게를 아는

화려함의 넓게 피운 꽃과 그 꽃을 찌르는 가시의 고통을 아는    

바람은 늘 불어옵니다. 

 

바람은 노래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날고 앉는 모든 날

상처 받은 날개의 힘겨운 퍼덕거림 그 애타는 심정을 아는 

젊은 날 모든 창공을 소유했던 날 그 영광이 빛바랜

노쇠하고 초라한 독수리가 마지막 비행을 채비하는 마음을 아는 

바람은 늘 불어옵니다. 


바람은 노래합니다

다시 한번 피우자고 노래합니다

다시 한번 날자고 노래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노래합니다. 


- D. 우 - 




끝으로 그대에게 묻습니다.


그대 바람의 노래가 들리십니까?

혼자가 아니라고 노래하는 바람의 노래가...




*사진 : 위로의 노래. 쥬타 산. 조지아 (Mt.Juta and trail,  In  Georgia) / D. 우


P.s 이 글의 주인공 이셨던 한 손님(위 사진의 주인공)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조심스레 덜어놓고 마침내 웃으며 돌아서신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새벽안개 같았던 미소가 오늘 다시 떠오릅니다. 

     그 슬픔과 위로와 평안이 교차하는 오묘한 표정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 얼굴을 다시 한번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왜 내 눈에는 다시 눈물이 고이는 건지...

     아마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배경으로 흐르는 노래가 그랬나 봅니다. 

      Kiss the rain...

    내리는 비에 입 맞추듯 조심스레 다녀가신 그대가 떠올라서 그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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