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 명명한 이 모든 우연과 필연들을 이 세상 무지의 좁은 우물 속을 살아가는 인간의 이해가 아닐까?
과학자들은 하늘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다고 한다.
그 하늘 너머에는 더 큰 하늘이 있다고 한다.
그와 같이
분명 운명의 너머에는 또 다른 운명이 있을 것이다.
그 운명 너머에는 더 큰 운명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이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 영역을
섭리(Divine providence)라고 나는 이해한다.
이미 지나온 고난과 시련의 시간들처럼
또 다른 우연과 필연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내게 오고 또 갈 것이다.
마침내 바람과 함께 리듬을 맞추어 노래한다.
오늘을 살라고.
더 많은 지금을 살라고.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되 작은 씨앗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기쁨을 누리라고.
그것만이 나에게 주어진 몫이라고.
그렇게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채워가야 한다고.
그리고
우리가 살 날은 영원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산 날은 영원할 것이란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운명 너머의 섭리라고...
인간이여, 운명을 불평치 말라!
그것에 만족하고 수용하라.
전사들은 항상 용감하고, 일꾼들은 그들의 일을 즐길 지어라.
사랑에 쉬이 미치는 사람들이여, 사랑의 참뜻을 알지 어라.
타인의 사랑을 경멸치 말며,
그들이 그대의 숭고한 사랑을 경멸치 못하게 하라.
- 『표범 가죽을 입은 기사』서문 11절, 쇼타 루스타벨리 / D. 우 옮김 -
*조지아의 민족 영웅 쇼타 루스타벨리 Shota Rustaveli / AD 1172~1216)의 대서사시 ‘표범 가죽을 입은 기사(Knight in the Panther’s Skin, AD 12c 경)’는 그 역사성과 뛰어난 예술성으로 201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