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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Feb 12. 2021

바람의 노래

#바람의 노래. 다섯

바람의 노래가 들려온다

싱그러운 푸른 잎새 틈새로 아직 먼 것 같은 겨울의 노래가

소복한 눈 쌓인 처마 끝 고드름 맺힌 지붕에는 아련한 봄의 노래가  

아직 영글지 않은 청춘을 일깨우는 매서운 바람의 노래가

이미 저물어 석양에 걸터앉은 노파의 피곤함을 쓸고 가는 바람의 노래가 들려온다


바람의 노래가 들려온다

아직 낯선 어미 젖을 찾아 잠 못 드는 아이의 자장가로

오래 익숙한 어미 젖을 떠나는 여행자의 귓가에 뒤돌아 봄 없을 재촉의 노래로  

그토록 어른을 갈망하는 청춘 그 고독의 노래가

어느새 바래고 헤어진 덧없는 인생 그 허무함의 노래가 들려온다


바람의 노래는

가난한 시인의 텅 빈 호주머니 속을 불어 불어 시가 된다

아무렇게 걸터앉아 무심히 그려대는 화가의 붓끝에 호되게 걸려 화려한 색을 입는다

행색 초라한 나그네의 배낭에 걸터앉아 감히 생을 논하는 철학자의 푸념이 된다  


바람의 노래가 들려온다

살아 살아 한 번은 듣고 싶었던 그 바람의 노래가

그 바람의 노래가 들려온다

휘파람 불듯 풀피리 불듯 들려온다


마침내 바람의 노래가 들려온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바람의 노래가 들려온다


- D. 우 -



종종 우리네 인생은 바람에 비유되곤 합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바람.

유명한 시인은 인생이 바람과 같다고 했습니다.

지혜자 솔로몬은 생의 모든 노력이 바람을 잡는 것 같이 허사라고도 했습니다.

정말 인생이란 바람 그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바람을 움켜쥐어

불현듯 일어나 거세게 몰아치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아스라이 스쳐가는 그의 변명을 듣고 싶었습니다.


마흔을 조금 넘긴 어느 날

어느 높은 곳 여럿의 마음을 훔쳤을 곳에 걸터앉았을 때 문득 바람의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그동안 고생했어. 여기까지 오느라."

- 너의 별을 따라가라. 2부 2장. 너에게 나를 맡겨 중 -


그것이 내 생각이었는지 나를 감싸고 지나간 바람이었는지 단정 할 순 없지만

아마 나를 흥얼거리게 했던 것은 나를 잘 아는 바람이 이었을 것입니다.   


종종 바람의 노래를 듣습니다.

사색의 깊음에서도 무상의 텅 빈 시간 속에서도 바람의 노래가 들려옵니다.

나를 잘 아는 바람의 노래가 들려옵니다.




그대와 함께 듣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바람의 노래 / 조용필

*제목을 클릭하시면  Youtube 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 바람의 노래 중 -


짧은 지혜자로서

아직 꽃이 피는 이유도 꽃이 져야만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꽃이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기에

꽃의 그 모든 화려한 날들은 결국 하나의 열매, 그 위대한 탄생을 위한 수고 임을 깨닫습니다.


피워야 할 때 수고 스러이 피우는 것

져야 할 때 미련 없이 져 주는 것

그 비껴갈 수 없는

비켜가서도 안될 피고 짐의 섭리

그것이 시인이 노래한 바람의 노래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것이 참 사랑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끝으로 그대에게 묻습니다.


그대 바람의 노래가 들리십니까?

오늘 이 작디작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바람의 노래가...




*사진 : 바람이 노래하는 곳, 카즈베기(Kazbegi In  Georgia) / D.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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