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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Feb 11. 2021

바램

#바람의 노래. 넷

바램


사랑은 바라지 않는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바라지 않음이 나의 바램이 되었습니다.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조심스레 그대 한 걸음에 내 한 걸음 맞추어 봅니다


가끔은 그대가 무심히 흘려버린 시간을 주워 담으며

때로는 그대가 무성의하게 흘린 향기를 쓸어 모으며 

나는 나의 별을 쫒습니다

나는 나의 꽃을 쫒습니다


거친 파도가 이는 폭풍 가운데도 심연은 고요하듯

천둥 번개가 요란한 하늘 그 구름 너머는 여전히 태양이 빛나듯

그대는 내게 그렇습니다

내 요동치는 삶의 고요이자 빛입니다


그대여 

나는 이보다 더 그대를 사랑할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그대여

나는 어찌해야 합니까?


바라지 않기로 한 마음이 흔들립니다

바라지 않기로 맹세한 내가 미워집니다


그러나 그대여

한 번쯤은 꼭 한 번쯤은 적당한 때에 돌아보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번쯤은 꼭 한 번쯤은 그대의 곁을 내어 주면 좋겠습니다

그것 하나면 내 모든 날이 족할 것입니다




한 번은 우연히 심리 테스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 마리 귀여운 양을 보여주곤 그 양에게 울타리를 만들어 주라 했습니다. 

나는 무심히 내가 그릴 수 있는 가장 큰 울타리를 그렸습니다. 

그리곤 그 심리테스트는 내게 말했습니다. 


"울타리 크기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입니다."   


너무 가까이에선 그대를 다 담을 수 없습니다 
더 멀리 더 넓게 내 마음을 놓아줄 때 사랑은 더 자유로워집니다.


문득 기억이 났습니다.

어린 시절 건너 다녀야 했던 징검다리는 애써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듬성듬성 있었습니다.

너무 가까우면 서로를 지나는 센 물살을 버티지 못하고 쓸려 내려 가버리고

너무 멀리 있으면 사람이 건널 수 없기에 

너무 가깝지도 않은 또 너무 멀 리조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던 징검다리.


서로는 너무도 필요하지만 

서로는 거리도 필요합니다.

서로는 너무도 간절하지만

서로는 서로의 공간을 배려해야 합니다.


수많은 악기가 만들어내는 오케스라의 연주가 그렇듯

수많은 퍼즐의 조각들이 그렇듯 

함께 숨 쉬되

각자의 리듬으로 숨 쉬어야 

서로는 조화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와 함께 듣고 싶은 음악이 있습니다.  


Kiss the rain / by 이루마  
비에 입맞춤.

*제목을 클릭하시면  Youtube 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몰아치는 폭풍우 속 빗방울들 조차 서로의 거리는 유지합니다. 
그 적당한 거리가 비를 더 아름답게 만듭니다.
- D. 우 - 



*사진 : 트빌리시에서 (In  Georgia) / D.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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