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영 Sep 24. 2021

그대 행복한 이여!

셋넷 여행 이야기 18 : 첸나이


2월 7일 첸나이 바닷가

     

서로 다른 우리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낯선 환경과 문화와 학교에서 나고 자라고 학습된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갈라진 한반도를 떠나 먼 이국땅을 여행하고 봉사활동을 했던 이유였다. 남북 참가 청소년들을 4~5명 단위 자치 조로 나눠 책임과 자율로 의견을 나누며 따로 또 같이 여행했다. 22일간의 고된 배낭여행에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던 다름과 미묘한 차이들. 우린 하나로 떠났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각자였다. 손말라 마을 봉사활동 작업에서 생긴 충돌과 상처들로 뿔뿔이 흩어진 채 남인도를 떠다녔다. 인도에서 나눈 고민과 갈등들이 서로 다른 우리를 이어 줄 소통의 씨앗이 될 수 있을까?     


2001년 인도에 있었던 나는

환희에 차 있었다. 낯선 신비로움으로 반짝였다. 

2009년 첸나이를 떠나는 셋넷의 나는

인간에 지치고 참담하다.     


하나로 출발했던 우리는

스물다섯으로 뿔뿔이 흩어져 쓸쓸하게 귀환한다.

갈라지고 나뉜 것이 

여행자의 고단한 기억이라면 

감당키 어려웠던 외로움이라면

얼마나 아름다운 홀로일까.     


우호적인 시선들을 애써 외면하고

서로를 기억하는 일상이 

부담스러워 불편해질 무렵

이렇게라도 서둘러 미워해야 하는 걸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일방적인 믿음은 

속절없이 허물어지고

길들여진 습관에 익숙한 상투적인 타인 앞에서

성스럽다 믿었던 감수성들은

예의도 없이 흩어지고 만다.     


우리 잠시 정다웠지만

어제의 낡은 친밀함으로 

오늘, 서로의 상식을 조롱하고 상처를 주었으니

이제 격의 없이 헤어져야 할 시간

부디 나를 용서하시게

평안하기를! 

작가의 이전글 홀로 걸으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