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영 Oct 19. 2021

쉼과 재충전

셋넷 여행 이야기 22 : 방콕에서 만난 내 몸


내 몸은 닫혀있었다. 세상으로부터 지키고자 했던 완고한 몸이었다. 불통의 몸이었다. 타인에 갇히고 관습에 눌리고 스스로에게 조차 외면을 받았던 불우한 몸이었다. 방콕 젊은이들의 거리에서 내 몸은 활짝 열린다. 열린 몸은 즐기는 몸이다. 다름과 차이와 우정을 맺는 몸이다. 타인의 시선 따위 눈치 보지 않는 해방된 몸이다. 나답게 꼴리는 대로 표현하고 발산하는 몸이다.      


몸은 세상에 대한 주체적 시선이다. 세상과 관계 맺는 구체적인 통로이자 전선(戰線)이다. 집단 이기의 잣대로 개개인의 몸을 폄하하거나 불온하게 판단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분단을 넘어서야 할 교사의 몸은 환하게 열려야 한다. 늘 살펴 유연해야 한다. '다양성과 차이는 생생한 자유의 표현'(메르켈, 동독 출신 통일독일 총리)이고, 건강한 일상에서 각자의 몸들로 드러난다.

   

방콕 배낭여행족 거리 카오산에서 만난 세계 각국 젊은 몸들은 눈부신 깃발이었다. 낡은 전통과 문화에 갇힌 몸으로 바라보며 불편하고 불량스러웠지만 두려움 없는 몸짓들이 신선했다. 바람이 불어야 휘날리는 깃발이 아니었다. 스스로 깃발의 바람이 되었다. 얼마나 신이 나고 당당할까. 젊음(청년성)이란 계절의 변화처럼 오고 가는 게 아니다. 자기 몸에 대한 애틋한 자각에서 시작되고 솔직 당당한 표현으로 지속된다.      

작가의 이전글 2010 네팔, 비움과 채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