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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Oct 27. 2021

쉼과 재충전

셋넷 여행 이야기 23 : 히말라야 가는 길


길 위의 삶은 누군가를 만나든 어디를 향하든 머물지 않는다. 집착하지 않고 또 다른 길을 목말라한다. 새로운 도전을 찾아 낯선 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나는 익숙함에 머물지 않았다. 표준을 의심하고 평균치의 가치를 한사코 거부했다. 내가 걸어온 길은 누군가 가지 않은 길이고, 누구나 가지 않으려 했던 길이다. 내가 수없이 만났던 여러 갈래 길을 망설이지 않았던 것처럼, 미지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시 낯선 새 길 찾아 길을 떠난다.   

   

어미

이 시각 내 삶을 지탱했던 엄마는 깊어진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한다. 내가 맞이할 미래나 엄마가 피할 수 없는 다음 세상은 외롭고 두렵다. 엄마는 이별과 죽음을 넘어서야 하고, 나는 길들여진 낡은 삶을 넘어서야 한다. 어미가 부재한 삶이 두렵다. 당돌했던 내 삶의 실험정신과 거침없던 삶의 태도는 어미의 존재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가족들은 내가 하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는데, 학교의 가난은 지워지지 않는다. 나와 셋넷들을 지치게 만들고 초라하게 망가뜨리는 서울을 떠나야 하는데, 엄마가 먼저 떠날 채비를 한다.   

   

산은 매번 나를 압도한다. 압도하는 기운의 정체는 다양성을 유연하게 품는 힘이다. 내게 없는 힘이기에 매혹적이다. 산은 한시도 멈추지 않는다. 부단히 변화하면서도 당황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위엄과 시선을 모으기 위해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는 욕심이기에 닮고 싶다. 산은 한결같다. 기쁘거나 외롭거나 힘겨울 때 편안하게 맞아준다. 이기적인 내가 관계 맺지 못한 사랑이기에 경이롭다. 산과 함께 걷는다. 잃어버린 것들을 헤아리고, 외면당한 것들을 돌아보고, 나 아닌 것들을 참회한다. 세상 욕심과 근심들로 어지러운 나를 비운다. 거기 늘 있던 산의 기운으로 나를 꼬옥 안아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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