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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Nov 04. 2021

쉼과 재충전

셋넷 여행 이야기 24 : 카트만두


카트만두 아침

카트만두는 이른 아침부터 활기를 띤다. 생산자와 수요자가 직접 주고받는 장터는 혼란스럽고 생생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온 것 같다. 좁고 남루한 거리는 초라한 고물차들로 어지러운데 감정의 충돌이 보이지 않는다. 무질서로 뒤엉킨 길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차분하다. 한국이라면 욕설이 오가고 한바탕 분탕질이 벌어질 아침 풍경이지만, 다양한 종족들이 섞여 살아온 지혜의 선물인지 너그럽기만 하다. 아이들이 어지럽힌 장난감들처럼 카트만두 난장 길들은 정답다.    

골목에는 학교에 가야 할 아이들이 떼 지어 빈둥거린다. 세련된 교복을 입은 또래 아이들이 잘 빠진 스쿨버스 타고 딴 세상에서 온 표정으로 지나친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생각으로 착잡한데 네팔리들로 빽빽한 버스는 힘겹게 산기슭에 도착한다.      


걷기

가파르게 오르는 네팔 산세에는 자존과 무심이 서려있다. 거친 내 숨을 온몸으로 듣는다. 내 무거운 발걸음을 귀로 생생하게 느낀다. 서울의 탁한 생각들이 땀으로 쏟아져 내린다. 오렌지보다 붉은 분노에 차 있었다. 늘 완벽해야 했다. 합리적이고 경쾌한 추진력으로 늘 긴장해 있었다. 걷기는 정직해서 좋다.

서울의 내 영혼은 미친 일상과, 형식적인 모임과, 정처 없는 지하철과, 이유 모를 술들로 비틀거렸다. 네팔의 내 몸은 숨 가쁘게 비틀거린다. 영혼은 투명해진다. 힘겹게 고개를 넘어서자 거대한 히말라야 흰 산의 무리들이 위엄으로 반겨준다.      


길 2

엄마에 대한 나의 기댐은 마마보이의 의존과 다르다. 학습되지 않은 자유 때문에 방황할 때마다, 아버지는 당신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길로 내 삶의 진지함을 촉구했다. 불확실한 길에서 주저할 때마다, 벗들은 길들여진 길을 제시하며 나의 경솔함을 강조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내 선택을 흔들림 없이 신뢰해주었다. 내가 감당할 힘겨운 현실을 염려하고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지를 무한히 베풀었다. 세상의 유혹 너머 나다움을 기억하는 내 삶은 어미의 사랑이 가꾼 길이다. 나의 떳떳함은 길 위에 피운 어미의 꽃이다. 나의 당당함은 내 어미의 눈물이 맺은 따뜻한 열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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