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넷 여행 이야기 28 : 따또빠니
걷기 2
나는 걷는다. 소리 끊어진 침묵의 길을 걷는다. 문득 ‘따또빠니’는 네팔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툭 치고 올라온다. 네팔을 걷고 히말라야 품에 머무는 동안 무엇보다 고마운 존재가 ‘따또빠니’다. 대가 없는 뜨거운 물로 고단한 몸을 녹이고 차와 컵라면으로 지친 기운을 다시 세운다. 겁나게 추운 밤들을 오직 ‘따또빠니’ 온기로 버틴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식 논과 밭을 일구며 힘겹게 살아가는 네팔리들에게 ‘따또빠니’는 생명의 그물망이다. 다음 생을 기약하는 생명의 불씨다. 우리네 민초들이 힘든 시절 아리랑 고개 넘듯, 네팔리들도 ‘따또빠니’ 품고 고달픈 이번 생을 욕심 없이 넘는다.
참회
아빠가 미안하구나. 니들에게 잘못한 게 너무 많다. 용서를 빌고 싶다. 니들 어린 시절 엄마 아빠 성질 못 이겨 싸움 많이 했다. 남기지 말아야 했던 말과 행동들을 저질렀다. 부끄럽고 참담하다. 너희가 받았을 상처와 고통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용서를 빈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용납하지 마라. 제 욕심에 갇혀 몸부림치던 한 남자와 여자를 불쌍히 여겨 용서해주길 바라마. 너희를 아프게 했던 기억들 때문에 미지의 삶들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어두운 기억에서 놓여나길 바란다. 그래야 너희들 삶이 자유로워질 수 있단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한 번뿐인 삶을 스스로 지키고 돌보기 위해 생의 여행을 떠나면 좋겠구나. 낯선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절실하게 느끼고 깨닫게 되리라. 고정관념과 편견을 넘어서서 정직하게 살고 순하게 사랑하기를 기도 하마. 사랑할 염치없지만 사랑한다 말하고 싶고, 용서받을 자격 없지만 용서를 빈다. 어리석은 한 남자가 히말라야 낯선 길에서 참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