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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Dec 09. 2021

쉼과 재충전

셋넷 여행 이야기 29 : 둘리켈


마지막 날, 둘리켈

네팔에서 잘 포장된 미끈한 도로를 달리니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상큼하다. 세수해본 지 오래된 듯한 젊은 차장이 차비를 요구한다. 150루피 달라기에 40루피를 건네니 두말없이 받고 씨익 웃는다. 저 멀리 히말라야 산들을 바라보는 작은 마을 둘리켈 개들이 인상 깊다. 네팔 사람들은 작고 단단한데 우람하고 당당해서 생존의 위협을 받으며 사는 조선의 개들이 떠올랐다. 트레킹 가이드 일을 하는 네팔리 ‘상게’가 소개해준 <시바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얼마? 800루피, 돼지 앞에서 코를 뒤집어라. 뒤도 안 돌아보고 나오니 다급한 소리 들린다. 400루피 어때요? 이래서 네팔 귀엽다.      


쉼과 재충전 여행의 마지막 밤, 순박한 여주인 수줍게 웃는 <피스게스트하우스>에서 정성 가득 푸짐한 네팔리들의 백반 달밧을 먹는다. 술을 빚어내는 집집마다 도수가 제 멋대로인 네팔의 전통 술 락시도 빠질 수 없다. 여린 실내등 하나 밝히고 여행의 마지막 어둠을 맞는다. 두런두런 정답게 이야기 나누다가.. 추억의 술을 마시다가.. 그러다가 그러다가.. 툭, 말의 상처를 받고 아름다운 산 밤 풍경이 흩어진다. 여행의 낭만에서 깨어 돌아갈 채비를 하라는 힌두 신의 계시인가 싶다. 오만 정 날아가고 나 새됐다.   

    

나에게

3주 동안 세 권의 책 읽었다. 고마웠다.

3주 동안 수염 깎지 않았다. 즐거웠다.

3주 동안 핸드폰 하지 않았다. 기특했다.

3주 동안 두려움 없이 걸었다. 눈물겨웠다.

3주 동안 태어난 곳 그리워하지 않았다. 감사했다.

3주 동안 대책 없이 즐겼다. 참말로 행복했다.     


나마스테! 당신 안의 신에게 인사합니다    

다름과 차이를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타자의 상황에서 이해하려는 관용의 정신과 태도가 똘레랑스다. 다문화·평화시대를 살아야 하는 21세기 한반도 원주민들이 품어야 할 시대정신이 아닌가. 분단이 주는 미움과 증오로 아우성치며 치열하게 사는 우리에게, 오래전부터 공존의 일상을 살아온 네팔이 주는 평화의 선물이다. 나마스테, 당신에 깃든 성스러움을 존중합니다. 나마스테, 당신을 지켜주는 한울님께 경배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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