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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Nov 24. 2021

쉼과 재충전

셋넷 여행 이야기 27 : 롯지(lodge)


마음공부

성질 급하고 화 잘 내는 내 카르마가 타인의 카르마를 함부로 침해하고 무심코 억압한다. 지 성질 하나 어쩌지 못하면서, 지 마누나 하나 설득하지 못하면서, 지 새끼들 제대로 건사도 못하면서 남들 삶을 제멋대로 헤집고 사는 꼴이 한심하다고 법륜스님 낮고 부드럽게 꾸짖는다. (스님의 주례사)  

  

롯지

산 풍경은 휘익 바뀐다. 히말라야 산들의 변신은 순식간이다. 산들이 높고 골짜기 깊으니 햇빛 머무는 공간과 시간이 내 경험을 저만치 앞서 간다. 볕이 없는 그늘은 대낮인데도 살얼음이 깔려 있고 한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람까지 불어오면 두터운 외투를 꺼내 입어야 한다. 걸음은 빨라지고 오후는 그만큼 짧다. 히말라야 산들이 잘 보이는 산등성이 숙소에 도착하면 마음이 바쁘다. 한 조각 햇볕이라도 있을 때 대부분의 일과를 마무리해야 한다. 하루 종일 걷느라 젖은 옷을 대충 빨아 여기저기 걸쳐 놓고 미지근한 물로 간단한 샤워를 한다. 산속 따뜻한 샤워는 축복이다. 샤워를 마치면 배낭에 싸온 옷이란 옷은 몽땅 겹겹이 껴입는다.    

  

히말라야 밤은 깊고 두텁다. 어스름이 시작되면 숙소 식당으로 내려가 간단한 먹거리와 따뜻한 차로 고단한 몸을 위로한다. 거침없이 어둠이 찾아들면 세상은 온통 고요하고 저녁 6시 무렵이지만 한밤중이다. 서둘러 따또빠니(숙소에서 공짜로 주는 뜨거운 물, 지금은 사 먹어야 한다.)를 챙겨 어둡고 차가운 방으로 향한다. 엉성하게 설계된 창문 틈새로 뭐가 궁금한지 히말라야 밤공기들이 사정없이 들이친다. 가져온 티백차를 뜨거운 물에 담가 수도원 방안 같은 무뚝뚝한 기운을 가만히 녹인다.      


두세 시간 후에는 전기가 들어온다는 주인의 거짓말(확인되지 않았다. 그전에 늘 잠이 들었기에)을 뒤로하고 외갓집 오래된 가구처럼 초라한 침대로 기어든다. 겹겹이 껴입은 옷과 두툼한 이불 때문에 호흡조차 힘들다. 이른 초저녁인지라 잠이 올 리 없지만 달리 할 일이 없다. 조그만 빛이라도 있으면 책이라도 읽고 글이라도 남기련만 양초조차 없다. 종일 걸어 고단한 몸뚱이 곳곳에서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피곤한데 왜 잠이 오지 않는지 곰곰이 억울해하며 창문 밖 별 하나 둘 헤아린다. '별 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윤동주, 별 헤는 밤)' 깜빡깜빡 내 안에 별들 품고 수만 년 된 히말라야 어둠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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