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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Jan 05. 2022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셋넷 여행 이야기 33 : 2017 다시 인도 


델리 아침(7월 25)  

여행 첫날 아침, 길을 잃고 착한 ’짜이마마‘를 만난다. 예약한 택시가 오지 않아 인도인들이 즐겨 마시는 국민차 짜이를 찾아 나선다. 게스트하우스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매는데, 정갈한 집 이층 베란다에서 중년의 인도 아줌마가 환한 미소로 나그네들을 맞는다. '그대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요?' 그녀가 빚어낸 짜이와 평화로운 눈짓으로 우린 단박에 인디언이 된다. 나마스테 인디아! 굿모닝 델리! 평화가 그대와 함께 하기를!    

 

꿉뜹 미나르

천년의 영광 앞에서 찰칵 한 장, 천년 무상을 돌고 돌아 다시 또 한 장 찰칵. 세상의 모든 권력과 사랑은 온 데 간데없다. 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다람쥐가 맑은 눈동자로 다가와 속삭인다. 부질없는 욕심과 이기적인 사랑 따위 신들이 펼치는 장난일 뿐인데, 심심풀이 장난질에 위대한 신의 뜻이란 게 있겠어? 자신을 그만 괴롭히고, 주어진 삶을 부디 평화롭게 지내시게.    

  

구르드와라

온갖 살아있는 사람과 동물들이 평등하게 뒤엉킨 델리 거리는 낯선 여행자에게 한없는 절망과 혼돈의 바다다. 망망대해 같은 이국의 거리를 떠밀려 다니다가 마침내 도달한 성스러운 섬 시크사원에서 작은 위로를 받는다. 사막을 헤매다 오아시스를 발견한 낙타들이 욕심 없이 목마름을 적시듯, 생존에 지친 인디언들이 삼삼오오 모여 기도하고 정답게 물가를 거닌다. 사원은 안식으로 고요한데, 사원 담너머 생의 거리는 혼란스럽고 도시를 치장하는 빈부의 격차는 눈이 부실 지경이다. 


이들을 지켜주는 수많은 신들이 '고해라는 인생의 망망한 바다와 삶, 사막을 횡단하는 긴 긴 목마름 속에서도' 여전히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까. '먼 길, 바람 부는 흙먼지 속에서도 때로 미풍 아닌 삶의 격렬한 폭풍과 시련도 오직 당신들의 미소만 있다면 견딜 수 있을까.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들의 가슴과 우물은 얼마나 깊으신가요.'(최자용, 어떤 낙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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