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넷 여행 이야기 36 : 2017 다시 인도
엘로라 가는 길(7월 30일)
다종교 평화의 성지 엘로라 가는 길에 심어진 가로수들은 SF 영화 배경처럼 기묘한 느낌을 준다. 동네 꼬마 녀석 나무 그늘막에서 홀딱 까고 똥 누는 모습 보니 세아(졸업생 부부 딸아이)가 그립다. 온갖 곡식 익어가는 대지는 질펀한데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어른도 아이도 소도 말도 느릿느릿 천천히 흘러가는 천국의 표정을 보면 순호(사진 찍는 둘째 아들)는 눈을 반짝이며 카메라를 들이대겠지.
낡은 달구지를 끄는 두 마리 소는 지친 인디언 가족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후끈 달아오른 길에서 딴청을 부린다. 니들이 느린 맛을 알아? 전세 낸 자동차는 폭주 기관차처럼 미친 듯이 내달린다. 자동차 랠리를 하면서 어설픈 농담과 온갖 간섭을 다 하는 인도인 운전수는 거리의 마법사라 해야 마땅하다. 우람했던 오장육부는 꼭꼭 숨어들고, 고향땅을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 간절하다.
세상 모든 종교 싸움은 더럽고 치졸하지만 엘로라에서 마주한 성스러운 싸움은 상식을 배반한다. 힌두교와 불교와 자이나교 신도들이 수 킬로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를 사이좋게 공유한다. 자신을 지켜주는 신들을 바위에 새기며 천년의 믿음으로 세운 건축물과 조각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다. 지구 역사 어느 기록에도 없던 세기의 평화 싸움이 걸작품으로 남았으니, 종교를 내세워 마음과 혼을 어지럽히는 한반도 잡놈들이 초라하고 부끄러워라. 심장을 울리는 생생한 평화연습 구경 제대로 하고 갑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