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넷 감수성 이야기 6
돈과 권력을 향한 삶에 영혼을 의지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망은 집단적이고 집요하다. 한 사람의 행복은 상대적으로 허술하고 허약하기 때문에 개인과 소집단을 이어 줄 감수성의 그물망이 필요하다. 더불어 연습하고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생활 집단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같이 여행하고, 같이 영화 보고, 같이 맛난 음식을 먹고, 같이 상상하고, 같이 놀 수 있는 사람들의 ‘관계 그물망’이 거미줄처럼 유연해야 한다. 살다 보면 의심이 밀려오고, 문득 두려워지고, 지치고 후회되고, 외로움으로 사무치는 순간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일상을 덮친다. 그럴 때마다 위로를 나누고 격려하는 우정에 목마르다. 서로를 정성으로 돌보며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돕는 우정의 그물망이 있어야 한다. 개인의 여린 감수성은 당당하고 유연한 우정의 기운들로 울타리를 쳐야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다. 호시탐탐 밀려드는 자본주의 경쟁과 탐욕에 대항할 수 있는 일상의 힘은, 개개인이 실천하는 공감 감수성(배려와 존중)과 평화 감수성(인정과 지지)의 단단한 결속으로 드러난다.
홀로 탈북하여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향이에게 물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키우고 싶냐고. ‘싸가지 있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싸가지, 자기다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소통, 그게 바로 감수성이다. 싸가지 있는 자녀로 키우고 싶다면 풍성한 감수성의 정원에서 자라도록 도와야 한다. 그 정원은 엄마 아빠의 감수성이 거름이 되고 검은흙이 되어 짙은 향으로 깊어져야 한다. 나와 내 안의 나, 나와 가족, 나와 타인, 나와 이방인, 나와 세상 사이에서 매일매일 맺어야 하는 관계들을 싸가지 있는 소통으로 가꾸는 일상이 감수성 연습이고 감수성 훈련이다. 나와 당신이 품는 싸가지(감수성)의 격이 한 번뿐인 삶을 행복의 나라로 이끈다.
* 2003년부터 시작된 셋넷학교 평화 감수성 교육 이야기 <윗마을 학생과 아랫동네 선생>(2021)의 완결 편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2022 코폴커뮤니케이션)가 교보문고 온오프 매장에서 세상과 만납니다. 사랑받기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