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by 박상영

티카

티카는 두 눈 사이 미간에 색가루를 찍는 종교 행위다. 미간은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또 하나의 눈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 눈이 세상의 긍정과 부정을 꿰뚫어 보고 보호와 축복을 준다는 힌두교의 일상 속 종교의식이 티카다. 나는 매번 티카라는 신성한 의식으로 보호와 축복을 누렸다. 야만스럽고 미개한 풍경으로 묘사되곤 하는 인도와 네팔을 떠돌며 낯선 이방인에게 가하는 어떠한 배제와 차별도 겪지 않았다. 내 곁에 배제가 있었고 차별은 우리들 속에서 익숙했다. 멀지도 않고 낯설지도 않은 북조선 출신(탈북) 이주청소년들과 한 시절을 살면서 배제로 가슴을 다치고 차별로 좌절했다. 머리로는 부정하면서 정작 마음을 사로잡아 지배하는 배제와 차별이 일상화된 우리가 야만스럽다는 것을 먼 나라에서 깨달았다. 동정심과 우월감에 빠져 으스대던 이방인 여행자는 부끄러웠다.


일 포스티노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시인 네루다가 녹음기를 건네자 우편배달부(일 포스티노) 마리오는 주저 없이 말한다. “베아트리체 루소!” 마리오와 네루다는 어여쁜 그녀를 만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향한다. ‘설명을 하면 진부해. 감정을 직접 경험해야 해.’ 시인은 사랑에 빠진 마리오에게 전한다. 나는 사랑을 잊은 지 오래다. ‘인간으로 사는 것에 지친다.(네루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나의 여행에 영웅담 같은 건 없었다고 주인공은 회상한다. 비슷한 열망과 꿈을 품은 두 청년이 함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있을 뿐이라고.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사는 게 지옥에서' 길고 험한 여행을 마친 청년은 더 이상 이전의 그가 아니다. 갈기갈기 흩어져 노예의 고통을 받는 남아메리카 원주인들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담는다. 여행은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