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받은 축복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미얀마 시골집주인 인터뷰, 세계테마기행) 우리가 받은 축복과 내가 누리는 축복을 헤아려본다. 내 삶을 사로잡고 있는 저 풍요로움이 불안한 현재와 미래를 왜 다독이지 않을까, 나의 애씀과 당신의 노력이 소박한 축복조차 누릴 수 없는 처량한 일상을 견딜 수 없다. 미얀마 아줌마가 나누려는 ‘축복’이 이 땅의 풍요로움 속에서 초라한 처지가 된 이유가 아닐까. 핏발 선 경쟁으로 사람의 가치를 따지는 게 더 이상 불편하지 않고, 비정한 비교로 성공과 행복을 가늠하는 게 당연해진 일상에서 ‘축복의 마음’은 위태롭다. 고향 떠나 온갖 불행과 시련으로 청소년시절을 견디고 어느덧 가장과 생활인이 된 절반의 한국인 셋넷들의 막막한 심정은 한층 어지럽다. 결코 공정하지 않은 경쟁사회의 식스맨으로 겨우 생존하며 보잘것없는 조상과 무기력한 부모를 탓하는 가까운 사람들을 지켜본다. 축복을 떠나보낸 인생은 받은 것이 없다는 고립으로 쓸쓸하다. 축복을 외면하는 인생은 나눌 것이 없다는 자책으로 비참하다. 교회와 절간에서 무한정 퍼주던 삼백 년의 ‘축복’과 천 칠백 년 ‘은혜’의 약발도 더 이상 생기를 주지 않는다. 기복신앙의 중세적 영광과 사기도 마침내 기운을 잃어가는 분단 한반도의 일상은 사막처럼 메마르고 가슴 시리다. 정녕 치유가 필요할 정도로 받은 게 없고 스스로 불쌍히 여길 만큼 나눌 것이 없을까. 어쩌면 ‘축복’이 곁에 머물며 나의 성숙과 당신의 꿈들을 지키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오래된 인연들이 길어 올린 깊은 우물 같은 ‘축복’ 들로 이렇게 살아 빛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뒤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