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by 박상영

386은 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에 태어난 나와 또래 대한민국 사람 일부 집단을 지칭하던 시대명칭이었다. 멸공滅共과 군사독재의 암흑기를 지나 정치 경제 사회의 주도권을 누리며 어느덧 노인이 된 686세대는 불편한 시대풍경을 피할 수 없다. 쥐똥만큼의 덕德조차 없는 전직 대통령 부부가 조장한 증오는, 사람과 지역과 낡은 이념을 숙주 삼아 미움과 대립을 깊고 넓게 퍼뜨렸다. 타협과 합의, 집단수렴收斂 전통이 무기력하게 흩어진 반쪽나라에서는 후안무치 비리들로 가문의 부와 영광을 챙긴다. 구독자와 좋아요가 성공이 되는 찰나의 행복이 서글프다. 가난과 전쟁을 넘어서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촌스럽지만 완고했던 부모세대를 가벼이 여겼던 나와 386 들은, 극한대립과 분열로 생긴 시대상처와 사람의 아픔을 외면한다.


고작 초라한 재주에 빠져 아름다운 나라 만들겠다며 부모 가슴 찢고, 마누라와 쉼 없이 다투고, 자식 삶을 멍들게 했던 나의 386 기억은 결국 내가 살고자 했던 이기적인 삶일 뿐이다. 나와 386 들이 꿈꾸던 정의의 나라는 진실과 술수, 정직과 타락, 공정과 탐욕, 모순과 부조리, 뻔뻔함과 부끄러움이 뒤엉켜있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그곳이 나의 내면이었고, 평범한 인간의 속살이라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나라와 가족을 위해 청춘을 불살랐고 이 한 몸 바쳤다는 686세대의 거짓말과 자기기만이 착한 꿈들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 같아 안타깝다. “공부 좀 했더니 권력도 얻고 싶고 재물도 탐이 나더냐?”(영화 <자산어보>)고 꾸짖던 약전의 눈빛이 떠올라 서늘하다.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국가라는 거대 담론에 사로잡혔던 386 나는 ‘찾고 싶은 옛 생각들’로 그 시절 <소녀>를 잊지 못한다. 혼란의 시대를 버티게 했던 부모세대의 완강한 가족애로 ‘곁에 머물며 떠나면 안 되는’ 쇠락하는 가족의 다정함에 집착하는 686 나의 일상은 후회와 참회로 어지럽다.


‘ ’ 노래 <소녀>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