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설을 믿지 않았지만

by 박상영

살며 사랑하다, 세상에 절망하고 사람에 다치고 신들에 지치지만 ‘세아’의 투명한 웃음과 ‘시우’의 맑은 눈동자에 사로잡힐 때면 성악설을 믿지 않았다. 어쩌다 탁한 기운에 얽히고설켜 못된 인간이 된다고 믿었기에 인간다움을 깨우치는 배움에 삶을 던졌다. 인간은 본래 사납고 간사한 본성으로 태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원죄原罪와 고苦에 갇혀있는 구제불능 존재들을 인간답게 살게 하고픈 간절함이 치기稚氣와 무모無謀의 젊은 날들을 무작정 이끌었다. 사소한 욕심과 성적 욕망으로 충분히 파괴적이 되고, 하찮은 비교와 질투만으로도 폭력적 존재로 돌변한다면 애초에 악한 존재가 맞지 않나. 빛과 어둠의 오래된 기억을 오가며 질척이는 무리들을 창조하느라 수고하고, 그 은혜를 잊지 못하는 사악한 인간들에게 열광적으로 숭배받는 지구의 신들 역시 같은 족속, 그 아비에 그 자식들이 아닌가.

‘ ’ 셋넷 졸업생 부부 자녀, 나를 할아버지로 만든 첫 손주들(시진 속 두 아이)


우리는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저마다 '나'로서 살고 있었다. 태어난 이유와 고통과 사랑,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한강, 노벨상 수상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