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길벗 지훈이 조각보 글에 웅숭깊게 화답한다. 흥미를 느끼거나 몰입하거나 진심 어린 정성이라야 감동과 변화를 일으키지 않겠느냐는 그의 심정이 호수 위를 거니는 소금쟁이의 파문처럼 잔잔하게 와닿는다. 영화 <만다라>에서 점안식을 거행하던 파계승의 설법이 떠오른다. 복 달라 빌지 말고 마음을 깨쳐 스스로 부처가 되라며 기복신앙으로 타락한 한국불교에 죽비를 내려친다. 허무로부터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진실되고 성실한 삶의 태도와 실천이 정성이다. 일상에서 발현되는 정성이란 지극히 사무치는 마음으로 도달할 수 있을 텐데, 도무지 어쩌지 못하는 온갖 어지러운 관계들과 원초적인 욕심들과 인간적인 유혹들이 도처에 가득하니 참 멀고 고단한 길이다.
허무
2차 세계대전에서 5,500만 명이 죽었다. 그중 유럽에 살던 유태인 600만 명이 영문도 모른 채 죽었는데, 전범으로 기소되어 3년 이상의 형벌을 받은 나치는 600여 명에 불과했다. 20만 명이나 되는 나치 전범들은 야비한 술수와 교묘한 신분 세탁으로 살아남았다.(지식브런치) 심지어 로마교황청과 국제적십자사까지 전범들의 생존을 도왔다. 독일의 침략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던 소련과 승전국 미국조차 자국의 이익을 좇아 쓸모 있는 전쟁 범죄자들을 스카웃하고 이들의 죄를 감추었다. 지금도 소수의 강대국 무리들이 자행하는 역사적 추악함(노골적인 제국주의 26.1 20 경향신문)은 지구별의 정의로움이 동물의 왕국을 지탱하는 날것의 규칙에 지나지 않음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지극한 정성으로 찾아 헤매던 진리는 공허하고 사무치는 인생 따위 무의미하다. 청춘을 다해 보살폈던 마음의 등불은 허무로 위태롭다. 생을 지탱하던 정성은 겨울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흩어진다.
그럼에도 체험
내륙의 섬이라 일컫는 경북 영양에서 청소년을 위한 주말체험 마을학교를 기획한다. 무릇 삶의 길이란 마음의 등불을 밝혀 자신에게 스며든 기질과 기운을 살피는 일일진대, 시대의 등불은 말초적 놀이와 대박 삶의 열망으로 불빛조차 가눌 수 없으니 가슴이 저민다. 지극히 사무치는 마음으로 내 사는 곳의 소중함과 뿌리 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자기 삶의 등불로 삼고자 궁리하는 배움의 길은 기특하고 소중하다. 일월산 기슭 마을아이들이 흥미를 느끼거나 몰입하거나 진심을 담을 수 있는 놀이와 이야기로 허전한 주말을 채우면 좋겠다. 자기 앞의 생을 깨우칠 체험들로, 허무로 다가올 내일의 시간에 맞서 당당하게 마주할 일상의 힘을 키우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