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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Jul 24. 2020

비긴 어게인

셋넷 영화이야기 18 : 노래와 위로


길 잃은 별들이 부르는 노래는 어둠을 밝혀준다.


셋넷 아이들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아침 조회시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온갖 노래들로 채워지곤 했다. 낯선 길에서 밤새 노래하며, 어린 시절 집과 가족을 떠나 겪었던 길 위에서의 아픔과 슬픔들을 쏟아놓았다. 그때  함께 부르던 노래들이 작은 등불이 되어 위로의 빛으로 감싸주었다. 그 노래들이 베트남 외딴 곳 학교 소수민족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비긴 어게인>은 셋넷이 사랑했던 음악과 노래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 음반 제작자는 운 좋게 빨리 성공했지만, 시장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음악과 노래를 찾아 방황한다. 가족으로부터 소외되고 동업했던 친구에게서 버림받은 중년의 음반 제작자가, 술에 취해 찾아든 뉴욕의 작은 라이브 카페에서 단비 같은 노래를 듣는다. 음악을 만들어 수줍게 노래 부르던 여가수는, 주류 아티스트로 성공한 뒤 사랑을 배신한 애인 때문에 실의에 빠져있다.     


잊혀가는 중년의 흐릿한 꿈과, 변질된 사랑 때문에 음악을 저버리려는 싱어 송 라이터의 풋풋한 꿈이 음악과 노래로 만난다. 말초적이고 뻔한 육체적 사랑으로 위로받지 않고, 레고 장난감으로 지은 헐리웃의 유치한 아메리칸드림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그들은 거리에서 노래하고, 지하철에서 연주하고, 건물 옥상에서 춤추며 자본주의 신상품이 되기를 거부한다.      


느낌 없이 클래식을 연주하던 바이올린 연주자, 애들 발레 반주하며 따분해하던 피아니스트, 골목에서 떼 지어 놀던 애들마저 신이 나서 자본주의가 유혹하는 안락한 시장을 박차고 나선다. 너의 사랑과 나의 행복을 쫄게 만드는 돈과 명성을 비웃으며, 서둘러 동네 공원과 거리 광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자신들이 사랑했던 음악과 노래의 비밀을 알아차린다. 지극히 따분한 일상도 음악 때문에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일상의 평범함도 어느 순간 노래 속에서 아름다운 진주로 변한다는 신비를.  

    

두 사람의 꿈과 사랑을 <비긴 어게인>하게 했던 저 음악과 노래들이, 막막했고 외로웠고 그리워했던 탈북 아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주었고, 고단한 일상을 헤쳐 갈 유머를 주었다. 그런 게 음악이었는데... 셋넷 아이들이 졸업하고 떠난 뒤 나의 기타는 쿨쿨 잠만 잔다. 함께 부르던 노래들은 부재중이다. 주인공 남자가 얘기한 것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아름다운 진주가 잘 보이질 않는다. 익숙하던 길들이 어둠에 잠겨버렸는데, 대체 별들은 어디 간 거니? 



*제목 사진 : 2011년 여름캠프.. 가을 공연 워크숍을 마친 뒤 뒤풀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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