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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Jul 16. 2020

글로브

셋넷 영화이야기 17 : 포괄적 차별금지


세상 모든 편견을 향하여 소리 질러! ‘니기미 뻥’


셋넷 아이들과 야구경기를 보러 극장에 갔다. 소리가 끊어져 말까지 잃어버린 장애인 청소년 야구단과, ‘딱’ 소리를 들어 위치를 찾고 소리를 질러 서로의 빈 공간을 메워주는 멀쩡한 고교 야구단이 맞붙는다. 도대체 말이 되는 경기인가?     


지리멸렬하기만 했던 청각장애학교 야구단은 왕년의 프로야구 스타였지만 술버릇 때문에 ‘먹튀’가 되어버린 괴팍한 코치를 만나, 비로소 마음으로 듣고 가슴으로 소리치는 야구를 깨우친다. 가식으로 위장한 세상을 향해 ‘니기미 뻥’이라는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 코치는, 부모들이 쳐 놓은 연민의 세상 끝까지 야구단 아이들을 끌고 간다. 그들이 품고 있던 의존적이고 패배에 익숙한 노예근성들을 사정없이 쏟아버리라고 다그친다. 세상 사람들이 불쌍하게 여기고 비웃고 손가락질하면서, 아이들 가슴속에 함부로 새겨 넣은 상처와 비굴함과 분노까지 토해내도록 명령한다.    

  

그들이 전국대회 1승을 다짐하며 도착한 야구장에서 ‘뻥’ 코치는 선언한다. ‘이 그라운드에 너희들이 숨을 산과 계곡과 바위들은 없다. 오로지 너희들이 흘린 땀으로 승부해야만 한다.’ 아이들은 그라운드로 뛰쳐나갔고, 상처 입은 가슴과 가슴들로 그물망을 쳐서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멋지게 패배했다. 

     

이 장엄한 경기를 촉촉한 웃음으로 지켜보다, 낯선 남한에서 어쩔 수 없이 소리를 잃고 일방적으로 말을 닫아야만 했던 셋넷 아이들을 떠올렸다.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어설픈 직구만 던지다 사정없이 두들겨 맞은 셋넷 아이들도 영화 속 그라운드에 선 저들처럼 더 이상 숨을 가슴이 없다. 변명하며 뒷걸음질 칠 그리운 고향의 산과 계곡이 없다. 고향을 떠나 남한에 오기까지 겪어야 했던 기나긴 여정의 가슴 저림과 눈물들로 당당하게 소리치며 멋진 승부를 펼쳐야 한다. 비록 그것이 패배일지라도.     


소리와 침묵, 정상과 비정상이 팽팽하게 충돌하는 경기가 이어지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정상이란 무엇일까, 진정 장애인은 누구인가. 자신이 하고픈 일을 온몸으로 절규하며 지켜내는 귀머거리 아이들이 비정상인가? 아무런 꿈도 없이 감동 없는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엄마와 학원강사의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들이 정상인가?  

충주성심청각장애야구단 아이들을 손가락질하고 셋넷 탈북 아이들을 비웃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분노하며 소리친다. ‘니기미 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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