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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Nov 25. 2020

더 스토닝

셋넷 영화이야기 36 : 종교


당신의 천국에서는 돌팔매질을 하는가?


위대한 신이 공들여 창조해낸 것이 악마였다면 어찌해야 하나. 자비로운 알라의 높은 뜻이 미친 수컷 들개들에 의해 세상에 구현되어야 하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더 스토닝>은 절대 존재인 신을 이용해서 세속의 권력을 지켜온 수컷 짐승들의 실상을 낱낱이 증언한다.   

  

왕조시대를 끝내고 근본주의 종교혁명의 기운으로 스산한 이란을 빠져나가기 위해 국경으로 향하던 프랑스 기자는 고장 난 차를 고치기 위해 국경 근처 마을에 잠시 머물다 참담한 사건을 전해 듣는다. 분노에 찬 마을 여인이 들려준 사건은 하루 전에 벌어졌다. 사건의 피해자인 동네 아줌마는 두 아들과 딸 둘을 낳고 살아온 평범한 엄마였다. 그녀는 14살 소녀와 결혼하기 위해 온갖 회유로 이혼을 요구하는 폭력남편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고 온전하게 살고자 했다. 하지만 남편과 종교지도자와 마을 시장이 꾸민 음모에 걸려들어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되었다.     


신약성경에는 동네에서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려는 성난 마을 사람들을 예수가 제지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슬람 율법도 부정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라는 구약의 전통을 따른다고 한다. 발정 난 수컷 들개가 되어버린 남편은 이 법을 악용하여 멀쩡한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를 며칠 전 부인과 사별한 이웃집 남자와 간통한 여자로 몰아 마을회의에서 유죄판결을 내리게 한다.      


마을의 아이들은 모난 돌들을 모으고 성인 남자들은 위대한 신을 칭송하며 알라의 계시라며 이웃으로 정답게 지내던 여인에게 가차 없이 돌을 던진다. 그녀의 아버지가 제일 먼저 자신의 딸을 부정하며 돌을 던진다. 악마로 돌변한 남편이 돌을 던진다. 그녀의 두 아들들이 영문도 모른 채 돌을 던진다. 낯선 이에게 차를 대접하고 평화의 인사를 건네던 마을 남자들은 순식간에 악마로 변하고 피에 굶주린 들개들이 되어 돌을 던진다. 마을 아이들도 순순하게 들개들의 무리에 합류한다. 위대한 알라의 계시라는 것을 잊지 않고 연신 떠들어댄다.  

    

무료하리만치 평화로운 마을 공터에서 그녀는 돌팔매질을 당하며 정든 마을을 떠난다. 영문도 모른 채 피 흘리며 사랑하는 자녀들과 영영 이별한다. 따뜻한 포옹조차 못한 채 척박한 국경마을에서 이심전심으로 도우며 살았던 이웃들을 서둘러 떠난다. 신을 만나러 천국으로 떠난다. 영화의 마지막 자막은 이 나라에 돌팔매질로 여자를 죽이는 일은 없다고 위대한 알라의 뜻을 부정하는 이란 정부의 입장을 알린다. 그리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아내와 엄마와 여인들이 악마로 변한 수컷 들개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며 자비로운 신을 만나러 바삐 천국으로 떠난다고 전한다. 어쩌지, 그녀들을 반겨줄 천국에는 발정 난 수컷 들개들이 가득할 텐데. 빌어먹을 천국에는 아름다운 꽃 대신 피 묻은 돌들이 산더미처럼 싸여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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