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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Dec 03. 2020

도가니

셋넷 영화이야기 37 : 폭력


당신의 어린 자녀는 무사한가?


몸과 마음이 불편한 아이들을 사정없이 때린다. 교육을 시킨다는 미명 아래 고문하는 영화 장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과장일 거야. 영화란 뻥이 심하잖아. 그때 나의 과거로부터 쏜살같이 치고 올라오는 어둔 기억들이 있다. 


고교시절, 교실과 학교는 무자비한 폭력의 꽃동산이었다. 교사들은 조그마한 트집이라도 잡을라치면 흡사 미친 사람처럼 학생들을 때리고 짓밟았다. 교실 앞 칠판에서 시작된 폭력은 교실 뒤편 벽에 가서도 그치지 않고 교무실로 이어졌고 학생들은 기어코 고막이 터지고 피를 쏟았다. 그들의 비정상적인 언행은 부모 앞에서도 거침이 없었고 그 어떤 인권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교장과 행정 교사들은 영화에서처럼 점잖게 외면했고 오히려 독려했다. 아름다워야 할 푸른 시절은 시퍼렇게 멍들었다. 피해자였던 학생들은 스승인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전수해 준 폭력을 일상으로 확대시켜 말죽거리 잔혹의 역사를 화려하게 재창조했다.   

  

몸과 마음이 상한 아이들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훈육을 시킨다는 미명 아래 성폭행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진저리를 쳤다. 이건 과장일 거야. 영화란 뻥이 심하잖아. 그때 나의 현재로부터 쏜살같이 치고 올라오는 어지러운 기억들이 있다. 


사랑의 매를 때린다며 자랑스럽게 교육관을 드러내던 어느 탈북 대안학교 교장 얼굴이 불편하게 떠올랐다. 잠든 자원 여교사를 성추행하다 발각되고는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오리발을 내밀던 탈북 청소년 그룹홈 책임자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들의 비정상적인 언행은 내부 조직의 비호를 받으며 인권의 외침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렇게 탈북 아이들의 남한 정착생활은 시뻘겋게 멍들어갔다. 이방인 청소년들은 남한살이를 돕는 짐승 같은 멘토들이 은밀하게 전수해 준 폭력을 일상으로 확대시켜 같은 처지의 고향 친구들을 때리고 성폭행하며 이중적인 삶을 단련했다.  

    

가슴 아픈 것은 침울한 영화보다 더욱 어두운 현실 때문인지 모른다. 영화 <도가니>를 만들어낸 실화 속 학교의 사건은 무마되고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짐승보다 못한 년놈들은 다시 복직이 되어 그 짓거리를 계속했다고 한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현실들이 대낮처럼 지속된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짐승보다 못한 짓들이 자행되도록 방관하고 외면하고 협잡했던 관할 교육청과 시청 공무원들에 대한 분노를 잊지 말아야 한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바로 개입했다면 살릴 수 있었던 여린 영혼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주범이자 공범이 그들이다. 이들이 공들여 엮어온 추악하고 뻔뻔스러운 협잡의 끈들을 뽑아내려는 단호한 시도가 생략된 그 어떤 ‘도가니’의 교훈과 경종은 의미를 잃고 만다.      


영화보다 생생한 ‘도가니’ 속 학교 교장들, 교사들, 교육청 공무원들, 시청 공무원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어린 자녀는 무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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