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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Dec 12. 2020

데드맨 워킹

셋넷 영화이야기 38 : 미움


사랑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살다 보면 분명한 태도와 선택을 강요받는다. 애매한 사랑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고단한 처지에 빠지기도 한다. 무수한 관계들로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한쪽을 확실하게 선택한다는 건 난감해질 뿐 익숙해지지 않는다. 영화 <데드맨 워킹>은 대충 얼버무리며 사는 상투적 일상에 버거운 질문을 던진다.  

    

데이트 중인 남녀를 강간하고 죽인 악질 살인자와 처참한 죽임을 당한 남녀의 부모를 만난 수녀를 통해 질문이 일상의 문제로 실체화된다. 수녀는 죄를 뉘우치지 않는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살인자의 영혼을 포기하지 않는다. 사형수이기 전에 절대자 신에게로 돌아가야 할 남자를 참회하게 하고 사형이라는 사회 제도에서 구하기 위해 애쓴다. 그럼에도 주인공 남자의 끔찍한 범죄 장면들을 끊임없이 떠올리며 증오와 미움을 가슴에서 놓지 않는다.

  

수녀는 아들과 딸을 잃고 살인자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부모를 찾아가서 그들의 애절한 슬픔을 함께한다. 자식을 잃은 애통함을 눈물로 공감하며 아파하는 그녀에게, 부모는 거칠게 묻는다. 아직도 살려둘 가치가 없는 범인을 변호하고 감싸느냐고 다그친다. 우리 편인지 범인 편인지 분명한 태도를 밝히라고 몰아붙인다.


데드맨 워킹! 사형을 알리는 소리가 사형 집행장으로 향하는 복도를 가로지른다. 주인공 살인자가 죽음의 침대에 누울 때 유리문 밖에서 사형 집행 광경을 지켜보는 수녀는 그를 향해 손을 내민다. ‘당신을 위해 사랑의 얼굴을 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서로 미움을 버리도록 돕는 것뿐이다.’    

   

용서하지 못하는 삶들로 가득한 세상. 분노와 깊은 시름으로 거칠어진 얼굴들을 거리에서 마주하며 수녀가 보여준 ‘사랑의 얼굴’을 떠올린다. 사람들의 일그러진 얼굴들 위에 수녀가 품으려 했던 사랑의 얼굴을 가만히 그려본다. 미움과 편견으로 갈라져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분단의 삶들은 언제 안식을 누릴 수 있을까. 



* 제목 사진 : 화가 김병종 작품 '바보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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