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영 Nov 19. 2020

파파로티

셋넷 영화이야기  35 : 교육과 배움


준다는 것과 ‘나눈다는 것의 차이


집요하게 남의 인생에 참견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왔다. 내가 고집해왔던 ‘교육’이란 게 무엇이었나? 인간과 세상에 대한 희망의 실체는 어떤 것이었을까? 

     

어느덧 교사라 불린 지 25년이 넘었다. 내 생의 계획에 교사라는 일정표는 없었다. 삶이란 게 참으로 경이롭다. 내가 성장하던 제도권 교육에는 두 사람만이 존재했다. 잘난 선생과 못난 제자, 완전한 교사와 미흡한 제자, 근엄하게 지식을 내려주는 님과 한 점 의혹도 가지면 안 되는 겸손한 놈. 내가 느꼈던 교육이란 늘 딱딱한 무엇이었고 무례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요란하게 하사 받았던 지식이란 대부분 일상에서 아무런 쓸모도 없는 것이었고 평등한 인간관계를 훼방 놓곤 했다. 불편함 없이 교육을 사고팔았고 훈장처럼 지식을 전시하거나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시대에서 의심 없이 살아남았다.     

 

‘준다’는 것과 ‘나눈다’는 것의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 영화가 <파파로티>다. 꿈이 무참하게 깨진 선생과 꿈을 놓지 않는 제자가 인생의 배움을 나눈다. 촉망받는 성악가였던 선생은 이태리에서 데뷔 무대를 앞두고 목에 결정적인 이상이 생겨 성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귀국 후 지방 모교인 예고에서 투덜이 음악교사로 연명하고 있다. 제자는 고교시절 너무 외로워서 자신을 인정해주는 조폭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어느덧 조직의 넘버 쓰리가 되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품고 있었던 노래의 꿈을 놓지 못한다. 


좌절한 음악교사와 조폭 학생과의 만남이 유머러스하게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이상한 인연과 관계로 이어진다. 그 인연은 일방통행식 교육을 통해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 담배와 술과 욕설로 삶을 외면하던 교사는 깡패 제자를 통해 일그러진 자신을 다시 세우고 꿈을 설계한다. 폭력의 도구로만 존재했던 학생의 꿈은 되살아난 교사의 꿈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삶의 지혜로 변화된다.      


자신을 키워준 조직의 넘버 투 선배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넘버 쓰리 동생에게 이야기한다. “여기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누구인 거 같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동생을 향해) “바로 나다. 난 꿈이 없거든. 내가 너 같으면 이렇게 살지 않는다. 그러니 니 꿈을 포기하지 마라.” 참된 배움과 나눔은 불쌍한 나를 일깨우고 저버린 너의 꿈을 다시 세운다.



* 제목 사진 : 2014 셋넷 개교 10주년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

작가의 이전글 댄싱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