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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Nov 15. 2020

댄싱퀸

셋넷 영화이야기 34 : 꿈


가슴속에 묻어 둔 어떤 이의 꿈이 깨어난다. 


남편은 학벌로 확보한 세속의 잇속을 맛보지 못하고 살고 아내는 친정의 덕을 보며 가족을 꾸린다. 남편은 상류사회 질서를 무시하며 멋대로 살고 아내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일에 분주하다. 부부는 서로에게 무관심하면서 위태롭게 자기 삶을 지키며 살아간다. 영화 주인공을 닮은 영화 밖 주인공인 나를 돌아보며 문득문득 잘 살고 있는 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되묻는다. 불뚝 불뚝 세속의 야망과 욕심이 일어나는데도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놓지 않는다.      


영화는 두 시간 만에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영화 밖 내 삶은 안개가 자욱해서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 주인공들이 품고 있는 매력은 서로의 관계를 정화시키는 활력소가 된다. 영화 밖 주인공들은 매번 긴장과 충돌을 가져온다. 영화 주인공들 자녀는 이쁘게 능청을 떨어서 위태로운 가족의 관계를 회복시킨다. 영화 밖 아이들은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소 닭 보듯 한다. 영화 주인공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좌절하지 않는다. 영화 밖 주인공들은 사소한 문제에도 절망하며 상처 받는다.     

 

한 때의 인연으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 그래서 가정을 꾸리고 평균치의 삶을 아슬하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무너지는 몸매와 멀어지는 아이들을 못내 아쉬워한다. 하지만 끝내 품고 있는 어떤 꿈들이 있다. 기계적으로 빨래를 하고 느낌 없이 요리를 하다가 감동도 없는 출근길에 떠밀리겠지만 떠나보내지 못하는 첫사랑 같은 꿈들이 숨죽이고 있다.      


영화 주인공 신촌 마돈나처럼 영화 밖 주인공들도 한때 스스로 빛을 발하는 반딧불처럼 눈부신 존재였다. 마돈나처럼 몰래 몸무게를 낮추고 힐금거리며 키를 높이고 적당히 신분을 속여보지만 별 볼일 없는 일상에서 반전 찬스는 희미해진다. 헛된 열정으로 술에 취하고 노래방에서 핏대를 올리다가 불룩한 배를 출렁거리며 방탕한 춤을 추지만 공허함은 감출 수 없다. 이번 생은 이대로 나가리인가.   

   

당신 꿈과 내 꿈은 다른 거라며 신촌 마돈나는 후줄근해진 일상을 걷어찬다. 너를 위해서 살지 않고 지금부터라도 내 꿈을 위한 삶을 실현하면서 살겠다며 아줌마가 되어버린 신촌 마돈나가 화들짝 깨어난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우리 기쁜 젊은 날들의 눈부신 마돈나가 뚜벅뚜벅 사뿐사뿐 나를 향해 걸어온다.



* 제목 사진 : 2017년 셋넷예술단 한반도평화원정대 국제활동(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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