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리 Dec 31. 2022

2022년 연말정산

올해만큼은 뭔가 제대로 된 소감을 남기고 싶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올해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었던 해라서 그런 것 같다.


글 쓰는 일. 그것도 아주 제대로 된 글을 쓰는 일. 열심히 하면 결과도 그만큼 나왔고 조금은 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삶이 이렇게 만족스러워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새로운 것을 알고 사람을 만나고 기사를 쓰는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삶이 더 나아지기도 하는구나. 정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하는구나. 좀 놀라울 정도.


이렇게 말하면 혹자는 '저기 편한가 보네' 하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단연코 몸이 편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올해 가장 큰 고민은 체력 저하, 피부 트러블, 불규칙적인 수면 같은 것들이었고 여드름 자국 남은 건 아직도 조금 속상하다. 그래도 일년 내내 운동을 놓지 않고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올해 중순에는 사정이 있어서 사는 동네를 바꿔야 했는데 그 시기에도 헬스장만은 어떻게든 다녔다. 클라이밍을 시작한 것도 큰 수확이다.


우선 스스로에게 적당히 칭찬을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니까 올해의 성취를 짧게 정리해 보자면.


(1) 취재력이 약하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한 것.


연초에는 기사를 너무 정적으로 쓰고 있다는 고민이 있었는데 3월쯤부터 많이 나아졌다. 뚜렷하게 자신감이 생긴 건 '임지훈 vs 카카오 성과급 소송전' 기사 때부터. 그 뒤에 쓴 기사 중에 취재에 공을 들였던 기사를 꼽아 보자면 메타콩즈 기사, 메쉬코리아 기사.

'임지훈 vs 카카오' 성과급 소송전,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메타콩즈 이두희 횡령 논란, 국내 1위 NFT 프로젝트의 내분

시리즈E까지 유치했던 메쉬코리아는 왜 위기에 처했을까


(2) '아웃스탠딩스럽게' 써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


솔직히 입사 초반에는 '아웃스탠딩스러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꽤 느꼈다. 그게 뭔지도 잘 모르면서.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나 언니 글 좋아해!' 하고 말해준 이후로 갑자기 깨달음이 왔다. 원래 내 스타일을 오히려 더 살려야겠구나. 생각해 보면 그때까지 내가 쓴 것 중 가장 흥행했던 바디프로필 기사도 그냥 내 스타일로 쓴 기사에 가까웠다. 그렇게 나온 기사들이 토스페이스 기사와 애나 만들기 기사. 파도상자 인터뷰 기사도 '인터뷰 기사'가 아니라 그냥 '파도상자에 대한 기사'라고 생각하고 썼다.

'바디프로필 비즈니스 생태계'를 경험하고 왔습니다

토스의 이모지 폰트가 논란이 된 이유

넷플릭스는 왜 사기꾼의 이야기를 4억원에 샀을까

수산물 플랫폼 파도상자는 어떻게 어부를 입점시켰을까?


(3)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원래 모임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는데 작년에는 거리두기 제한도 강했고 일에 적응하느라 뭔가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모임을 하든 뭘 하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메모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그밖에도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먼저 미팅을 요청해서 만나 보기도 했다. 행사도 열심히 다녔고. 덕분에 연초에 비하면 쪼끔은 아웃고잉한 기세가 생긴 느낌? 내년에도 기사 작성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는 열심히 돌아다녀야지.


그밖에 좋았던 것

난지도 가족여행

몽골 여행

팟캐스트 '이쓔스, 스타트업 털어주마' 출연&배기홍 대표님 블로그 언급

아케인 (애니메이션)

정년이 (웹툰)

성공의 공식: 포뮬러 (책)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

돈룩업 (영화)

어나더룸 카페라떼

더도어즈 (LP바)

Bandit Bandit (프랑스 밴드)

아웃스탠딩 동료들 (♡)


그밖에 아쉬웠던 것

노을 많이 못 본 것

가족이나 친구들이랑 시간을 더 많이 못 보낸 것

피부 트러블 자국 남은 것

도어락 빌런 때문에 이사를 한 것

책 많이 못 읽은 것


도움을 정말 많이 받은 해였고 앞으로는 더 도움을 잘 주고받는 사람이 돼야 할 것 같다. 내년에는 조금 더 시간과 에너지를 영리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빡세고 행복했던 2022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