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 롤링의 하버드 졸업식 연설(2008)
어린 시절 나의 롤모델은 J.K. 롤링이었다. 그 이유는 참 단순하게도, 그때 내가 알았던 작가 중 돈과 명예를 모두 성취한 작가가 그녀뿐이라서. 글 써서 먹고살고 싶지만 동시에 철없는 아이 취급받기 싫었던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지향점은 딱 그정도였다. '해리 포터' 시리즈 외에 롤링의 작품을 한 번도 읽은 적 없었으면서.
롤링의 인생에 대해 조금이나마 찾아본 것도 3년 전, 이제 막 글 써서 먹고사는 일을 하면서부터였다. 그때 처음 알았다. 롤링의 인생 역시 수많은 작가지망생들과 비슷한 갈등과 혼란으로 가득했다는 사실을.
어릴 적부터 소설을 쓰고 싶어했던 롤링이 부모님과 최초의 갈등을 빚은 건 대학교에 진학하던 시점부터. 그전까지 무엇을 했듯 사람들은 결국 '대학 전공'으로 그 사람의 분야를 판단한다.
롤링은 영문학을 공부하고 싶었고, 롤링의 부모님은 롤링이 직업과 관련된 학위를 따기를 바랐다. 결국 롤링이 선택한 것은 엉뚱하게도 현대 언어학. 롤링은 이를 '돌이켜보면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타협(A compromise was reached that in retrospect satisfied nobody)'이라고 표현했다.
대학을 졸업한 롤링은 국제 앰네스티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이후 포르투갈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결국 이혼했다. 그 뒤에 영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힘들게 지내던 시기에 롤링은 '해리 포터'를 썼다. 건조하게 몇 문장으로 썼지만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스토리다.
그냥 롤링이 대단한 인간이라고만 해야 할까. 아니,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실패를 동력으로 삼는 태도다. 롤링은 실패가 결코 즐겁지 않다고 말한다. 다만, '장점'이 있다고. 자신이 '해리 포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그것 덕분이었다고.
"자, 그럼 저는 왜 실패의 장점을 얘기하려고 할까요? 실패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사라지게 합니다. 저는 제가 아닌 무언가인 척하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에너지를 제게 중요한 것을 끝내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제가 다른 어딘가에서 성공했다면, 저는 제가 정말 속한다고 생각하는 특정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는 결심을 갖지 못했을 겁니다. 저는 저의 가장 큰 공포가 이미 실현되어 있었기에 자유로웠습니다. 저는 살아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있었고요. 오래된 타자기와 좋은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땅바닥은 제 삶을 다시 짓는 단단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So why do I talk about the benefits of failure? Simply because failure meant a stripping away of the inessential. I stopped pretending to myself that I was anything other than what I was, and began to direct all my energy into finishing the only work that mattered to me. Had I really succeeded at anything else, I might never have found the determination to succeed in the one arena I believed I truly belonged. I was set free, because my greatest fear had been realised, and I was still alive, and I still had a daughter whom I adored, and I had an old typewriter and a big idea. And so rock bottom became the solid foundation on which I rebuilt my life.)
실패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사라지게 한다. 실패는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잃을 것 없는 놈으로 만들어 버리니까. 그러니까 삶이 거지 같다고 느껴지고 '나 잘 산 거 맞나' 느껴질 때에는, 역으로 생각하자. 그러니까 진짜 하고 싶은 거 할 기회라고.
[참고] Text of J.K. Rowling’s spe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