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늘의 나를 만든 것들
27년 인생 중 가장 다사다난한 한 해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단연 2022년을 꼽을 것이다.
2022년, 1년 동안 직장이 세 번 바뀌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학사 과정을 모두 수료한 이후 2021년 12월, 산업군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목표 없이 국내 시중은행 중 한 곳의 본사 마케팅부서로 입행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배웠던 마케팅과 현업에서 세분화된 마케팅의 괴리는 너무나도 컸고, 산업군과 직무에 대한 흥미를 모두 잃은 탓에 6개월 만인 2022년 5월에 과감히 쌩퇴사를 결정하게 된다.
2022년 7월, 코로나19 발발로 메타버스가 크게 트렌드를 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국내 유명 게임회사 중 한 곳의 메타버스 사업개발팀에서 3개월 동안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대학 4년 내내 집중적으로 공부하던 마케팅을 버리고 사업 관련 직무로의 전환을 꾀하였으며, 이는 성공적인 시도였다. 흥미, 적성 모두가 나와 잘 맞았고 즐거웠다. 그러나 해당 사업에 종사할수록 '과연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회의감이 커져감을 부인할 수 없었다. 또, 경제 불황과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침체되면서 회사 재무상태에 적색등이 켜졌고, 채용 축소로 인해 인턴 채용이 사실상 무산되었다. 인턴은 2022년 9월에 종료되었다.
2022년 12월,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 회사 하반기 공채에 합격하여 그린바이오 신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해당 기업은 국내에서 식품 부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사실 식품/바이오를 다루는 기업이며, 나는 식품이 아닌 바이오 부문 공채로 입사했다. 그린바이오산업에 입사하게 된 이유는 '환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아직은 신입이기에 나의 사명감을 100% 실현할 수 있는 사업인지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지만, 드디어 내가 명확하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원하는 만큼 도전 기회를 제공해 주는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에 입사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2022년 1월 1일과 12월 31일의 내 모습을 비교해 보면, 불과 1년의 시간이 지난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이 달라져있었다.
첫째,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 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다양한 회사와 구성원을 경험하며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깨닫고 대처법을 모색하게 되었다.
셋째, 인생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변동성이 수반됨을 체감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세 번째 항목이다.
1988년 하버드를 졸업한 'Deborah copaken'가 하버드 졸업 30주년 행사에 가서 연설을 했는데, 그중 기억 남는 구절이 있다.
아무도 인생을 계획대로 살아간 친구는 없었다. 가장 꼼꼼한 사람도 불가능했다.
또,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에 종사하시는 정김경숙 디렉터님께서 세바시 강연에 나와 하신 말씀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구글 여성 임원 4명에게 10년 뒤의 계획이 있냐고 물었을 때, 모든 임원들이 전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을 전혀 창피해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때 굉장히 충격을 먹었다. 이후 세월이 흘러 나 자신을 돌아봤을 때, 나는 10년 전에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자리에 와 있었다. 그제서야 그 여성 임원들이 계획이 없다고 대답한 이유가 아무렇게나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유연성, 그리고 커리어 확장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라는 것임을 느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그래서 계획에 늘 열려 있어야 한다.
은행에 입사할 당시만 하더라도 은행에서 정년퇴직을 예상했던 나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가치관의 변화, 나 자신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 기존에 몰랐던 실무 지식의 습득을 거치며 일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쌩퇴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이다, 혹은 어떤 미래를 살 것이다'라고.
단지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성과 원칙만을 수립하며 열린 마음으로 내 미래를 포용하고 기대하며 살아보려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미래가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고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전의 나도 그랬고, 앞으로의 나도 그런 상황에서 온전히 태연할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일이 오히려 이후에 만족스러웠던 경우도 많았고,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 보이던 일도 어느 순간 여러 변수에 의해 뒤바뀌는 경우도 많았기에.
순간순간의 사건과 감정에 더 이상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지금 내 눈앞에 주어진 순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겠노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5년, 10년 후 더 성장해 있을 내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