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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Jul 18. 2021

'한 번'이 인생을 좌우한다

순간의 선택이 완성하는 큰 그림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한 번'이라는 말은 쉬워 보여도 참 어렵더라.



 이른 아침, 잠의 유혹을 깨고 한 번만 침대에서 일어나 남들보다 빠른 하루를 맞이했다면.

 공부가 죽기보다 싫은 날, 한 번만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쳤다면.

 친구들과 더 놀고 싶을 때 한 번만 그 순간을 박차고 나왔다면.

 소비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한 번만 충동적인 욕구를 참았다면.

 지금 내 모습은 현재와 많이 달랐을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이 짧은 문장은 간결하게 인생 불변의 진리를 설명한다. 그 순간에는 사소하게 보였던 순간순간의 선택이 내 인생의 전반을 좌우한다. 우연으로 보였던 모든 것들은 사실 내가 과거에 선택했던 결과물의 집합체다. 결국 나의 현재는 과거의 내가 했던 선택들에 의해 결정된다.




 코로나의 창궐로 세상이 멈춘 듯 보였을 때가 있었다. 학교는 하루아침에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으며 일부 직장에서는 재택근무를 권유했고 세계 경제는 순식간에 위축됐다. 주변과의 접촉이 제한되고 실외보다 실내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많아지자 모든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처음에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그 감정은 이내 나를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멈춰있을 때 다른 것들도 멈춰있다는 멍청한 생각은 안도감을 선사했다. 내가 이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남들 또한 그러리라 믿었으니까.


 정당화할 수 있는 게으름은 불량식품처럼 달콤했다. 그 달콤함에 취해 내 혀 끝이 마비되고 나 자신이 망가지는 것도 모른 채로 나는 달콤함 안에서 헤엄쳤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빛 한 줄기도 찾을 수 없는 심해 속을 혼자 배회하고 있었다. 어리석게도 그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수심이 너무 깊어 호흡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산소를 갈구한 채로 목을 옥죄며 내 몸은 점차 힘을 잃고 더 깊은 곳으로 추락했다…….


 한 편, 남들이 멈춰있던 그때도 조용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 어려운 한 번의 법칙을 깨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나아갔다. 코로나가 유행한 지도 어느덧 일 년 반이 조금 지났다. 그 일 년 반 동안 괜찮다며 자기 최면을 걸고 나태함을 합리화하던 이들과 그 순간에도 멈추지 않았던 이들의 차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들의 존재를 나는 어마무시한 격차가 벌어진 뒤에야 깨달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직 내 나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금부터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일 테다. 물론 남들보다 배는 노력해야 하겠지만 이건 자업자득이라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


 이 세상 속에 던져진 이상 내가 살고 싶은 대로만 살 수는 없다. 잔인하게만 보이는 세상은 사실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세상은 두 번도 아니고 딱 한 번만 참으면 더 큰 것을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한 번만 참으면 나는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 물론 그 '한 번'은 이루 설명할 수 없이 치명적이지만, 딱 그 한 번만 넘기면 된다.


 한 번만 참고 한 번만 더 견뎌보자. 그 순간에는 한 번이 너무나도 달콤해 보일지라도, 이후에 맛보게 될 내 모습과 성공은 더 달콤할 것이기에. 오늘부터 나는 겨우 한 번의 순간에 패배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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