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상점가에서 다시 살아난 거리, 오카야마岡山 ‘도이야초問屋町’의 기적
오카야마에는 30년 지기 나카타씨가 있다. 아무래도 외국에 지인이 있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된다. 특히 오카야마 지역활성화 탐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대중교통이 불편한 소도시 혹은 소위 시골에 가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필수, 이 회사의 오랜 터주대감 미야케씨가 동행했다. 오카야마현의 중심이 오카야마역. 신칸센 및 로컬철도의 출발지이기도 하여 가장 번창한 지역이다. 철도의 나라답게 기차로 어디든갈 수 있다. 다만 오래걸리는 것이 다소 흠이라면 흠. 도이야초는 로컬 기차로 가면 30분 정도면 간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성수동 혹은 홍대 보다 규모면에서는 적고 활성화 차원에서는 오히려 한국이 더 활발할 수 도 있다. 지역활성화라는 것이 규모의 경쟁이나 역사의 경쟁이 아니니 나름 특색이 있는 도이야초를 가서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자료를 제공해준 오카야마협동조합도매센터協同組合岡山県卸センター事務局에 감사를 드린다.
도시 한복판에서 오랜 세월 도매업 중심지로 번성했던 곳들이 점차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일본 오카야마시의 도이야초(問屋町)**도 한때 그러한 전형적인 쇠퇴 상점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도이야초는 일본 내 지역활성화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협동조합 중심의 구조 개편, 민간과 행정의 유기적 협력, 그리고 삶과 상업의 균형을 고려한 도시재생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무너진 도매센터, 줄어든 조합원
도이야초는 1968년 오카야마시 북부 외곽에 도매업 단지로 조성되었다. 전성기였던 1980년대에는 조합원이 86개사에 달했으나, 2000년대 들어 급속히 쇠퇴하며 현재는 32개사만이 남아 있다. 낡은 창고형 건물, 줄어든 유입 인구, 노후화된 인프라로 인해 거리의 활기는 점차 사라졌다.
반전을 이끈 ‘거주지화’ 전략
쇠퇴의 위기 속에서 도이야초가 선택한 전략은 상업 중심지에서 복합용도 지역으로의 전환이었다. 2001년을 시작으로, 노후 부지에 차례로 **맨션(아파트)**을 세우기 시작했고, 2024년 현재까지 총 13개 동이 건설되며 이 지역의 거주 인구는 약 2,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주거 인구의 증가로 지역 내 소비와 활동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이는 새로운 상점, 카페, 갤러리, 오피스 등의 유입으로 이어졌다. 거주와 상업이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 모델이 도이야초에서 실험되고 실현된 것이다.
‘오렌지홀’ 철거에서 시작된 상징적 재생
도이야초의 심장부였던 전시시설 ‘오렌지홀’은 상징적 공간이었지만, 활용도가 줄어 철거가 결정되었다. 그 자리에 지역 거점 복합시설인 **‘도이야초 테라스’**가 들어섰다. 이 공간은 지역 주민은 물론 외부 방문객에게도 개방된 상업·업무 복합지로, 민간 임대 방식으로 개발되어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또한 입체주차장 신설, 지상 주차장 정비, 광역 주차계획 수립 등 생활 인프라 역시 함께 개선되며 도이야초는 단순한 재개발이 아닌 ‘생활 기반의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합원과 행정,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드는 마을도이야초의 도시재생은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장기 비전 수립과 조합원·토지 소유주·주민 간 협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2022년에는 ‘15년 후 도이야초의 미래상’이라는 장기계획이 수립되었고, 이에 따른 마스터플랜과 그랜드 디자인이 행정과 전문가의 참여 속에 구체화되었다.
이 과정은 지역 주민, 오카야마시 행정, 관광청, 경제단체가 모두 참여한 협치형 모델로, 도이야초는 단지의 쇠퇴를 ‘새로운 정체성’으로 재해석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쇠퇴한 거리에서 되살아난 활기
지금의 도이야초는 과거 도매센터로서의 기능은 줄었지만, 대신 지역민이 살고 일하고, 머무는 복합문화지구로 거듭나고 있다. 카페 거리, 디자인 숍, 갤러리 등이 조화를 이루며 젊은 층이 모이는 감성지구로도 변모했다. 특히 도이야초를 찾은 외지 방문객들은 “이곳이 한때 쇠퇴한 상점가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리하며
도이야초의 변화는 단지 ‘재개발’이 아닌, ‘재구성’의 결과다. 낡은 상점가가 도시의 짐이 아니라,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구 감소, 고령화, 공실 증가 등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지역 도시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 앞에서, 도이야초의 사례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도시는 사람을 머물게 하는가?”
쇠퇴를 두려워하지 않고, ‘거주’와 ‘상업’, ‘역사’와 ‘미래’가 공존할 수 있는 도시 설계. 도이야초는 바로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