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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Sep 04. 2020

언택트시대에서 바라 본 재택근무

우리는 변화에 대해 준비되어 있는가.

때는 바야흐로 2000년대초반. 내가 막 회사에 입사했을때, 우리회사에서는 1년에 몇 번,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신박한 아이디어나, 혹은 어떤 주제가 정해졌을때, 그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는 회의가 있었다. 꽤 열린회사, 깨어있는 회사처럼 느껴지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늘 회의에서는 각자 1분내외의 질문을 3개씩 생각해 오세요.


자유롭게 토론하자는 분위기가 갑자기 부담으로 다가온다. 별 생각도 없고, 생각해봐도 소위 말해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은 절대 떠오르지 않는다. 더욱이, 나는 이제 갓 회사를 입사한 사람으로 뭔가 열정에 가득차 들어왔지만, 실상 대단한 것 없는 일반회사의 굴레에서 허덕이고 있던 그런 초짜였다.


팀장이 자신이 쓰던 핸드폰을 꺼낸다. 핸드폰에는 작은 인형이 달려있다.


자. 이 편리한 핸드폰이 우리 일상을 많이 바꿔놨는데, 혹시 아이디어 떠오르는 것 없나?


응?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지...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잘 나가는 은행장이였던 친구 아빠의 자동차 뒷자석에 큼지막한 전화기가 있어, 엄청 놀랐던 적이 있다. 삐삐가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진 않았지만 시티폰이 있었다. 그 시대를 지나, 이젠 왠만한 사람들이 어디에서건 편하게 전화를 하게 된 이 핸드폰을 보고, 더 이상 무슨 불평불만이 있다는 말인가.  없다. 나는 너무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고, 이 조그만 기계에서 더 이상 바랄것이 없었다.




나는 몰랐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조차 모르는 생활을 했다. 그저 조금한 불편이 있을 뿐, 살아가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면, 그냥 그렇게 넘겨왔다. 변화는 그렇게 일반사람들에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것이였다.


언택트시대.

코로나 문제가 발생한지, 아직 1년도 안되어 이런 언택트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이 맞는 것인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설레발이지 않을까도 분명 생각한다. 분명히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도 있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특별하지도 않다. 이미 홍콩독감이니 메르스니 하는 바이러스는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그 당시에 재택근무라는 말이 지금같이 일반화되진 않았었다. 마스크도 지금처럼 쓰고 다니지 않았었다. 지금의 코로나와 무엇이 다른 것인가.


물론 의과학적으로 코로나의 전부를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바이러스의 전파력만큼은 이전 바이러스보다는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강력한 전파력이 언택트를 만들었다는 상황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럼, 그래서 본격적으로 언택트로 접어든 것인가...... 나는 지금의 사람들의 유연한 생각과 가치간의 변화, 문화의 발전과 굳히 함께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의 개인주의도 한 몫을 했다고 본다. 또한 그 이전에 엄청난 통신기술의 발달과 넘쳐나는 신박한 아이디어들도 있을 것이라 본다.


재택을 포함 언택트라는 플랫폼, 즉 밥상은 이미 차려져 있었다. 새로운 반찬이 올라오자, 우리는 그걸 손쉽게 집어 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치료제가 나온 앞으로도 이러한 언택트 플랫폼이 계속 유지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있다. 사람은 본래 서로 모여야 하기에 아무리 떨어뜨려놔도 다시 모이게 되어 있는게 본성이라고 본다. 지금 배달을 하고 있는 것은, 내가 귀찮아서라기 보단, 이것이 안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오프라인 쇼핑이 안전하다고 한다면, 우리들은 필시 내가 눈으로 보고 사는 오프라인이 활성화 될 것이고, 그로 인한 배달산업은 주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택근무는 사원들도 회사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는 좀 차원이 다르다.

분명히 재택근무에도 단점은 있다고 보지만, 그 단점을 전부 커버할 정도의 엄청난 장점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시간에 허비하는 2~3시간을 좀 더 생산적인 곳에 투자함으로서, 개인의 역량을 올리는 동시에, 그런 회사의 배려에 대한 충성도로 당연히 올라갈 것이다. 회사는 그러한 충성도 높은 사람들을 오래 데리고 갈 수 있을 것이고, 결과만으로 고과를 판단하기 쉬울 것이다. 사람을 고용, 관리하는 것에 대한 비용이 축소됨과 동시에 회사전체의 관리 및 유지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가적으로는 어떨까. 매일매일의 출퇴근 전쟁을 해소할 수 있으니, 구태여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살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부분이 서울의 자기집에 대한 열망을 조금은 누그러뜨리지 않을까.


업무에 대해 유연성을 가지게 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업무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될 것이고, 결과를 도출해 내기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회사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모든 사원들간의 신뢰를 담보로 한 업무진행이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담그지는 않는다고 본다. 부정적인 결과나 부작용이 확인된다면, 언제라도 유턴할 수 있다. 회사차원에서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회사가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자세를 올드하다거나 보수적이라고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거 대한민국이 성장중심의 사회였다면, 지금은 이러한 성장중심 산업플랫폼에서 조금은 다른 쪽을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사람과 조직문화의 관리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가 그것이다. 회사는 그저 좋은 결과와 그에 따르는 수익만 내면 되는 구조지만, 실상은 쓸데없는 관리와 불필요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항상 공존하고 있는 조직이다. 그러한 불합리한 환경은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절대 좋을리가 없다는 것을 빨리 인지해야 할 것이다.  


회사의 변화는, 결국 회사의 발전가능성을 높일 원동력이 될 것이다


결론은 변화에 대한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운영자들은 지금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환경이 최적의 환경이라는 생각을 일단 버려야 한다. 내가 가진 생각이 옳지 못할 수 있다는 것에 자각을 해야 하며, 항상 변화를 통한 가장 최적점을 찾아가려 노력해야 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해서, 회사내에서의 사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불필요하다 생각되는 것들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입지않는 옷들을 버리기 어렵듯, 과거의 익숙함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이 어렵겠지만, 한번 버리고 나면, 다시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기에, 회사의 발전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변화는 그 전에도 꽤 있어왔다.

요즘, 삼성이나 LG, SK에 가보면, 여름에 복장이 얼마나 편해졌는지를 알 수 있다. 엄청나게 보수적인 우리회사를 보다가, 그들의 반바지패션을 보면, 이젠 이질감보다는 부럽기까지 하다. 눈치보지 않고, 출산이나 육아휴직을 쓰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대기업문화가 언제 이렇게 바뀌었나 싶기도 하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것은 꼬래 세계적인 기업이라 자부하는 우리회사와 같은 보수적인 회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언택트시대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겠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내년후반에나 나온다 하니, 적어도 앞으로 1년은 이러한 어렵고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지금 이 시간에도 자영업자를 포함, 피해보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기에 안타가운 심정이다. 쉽지 않겠지만, 변화에 수긍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사람은 그렇게 변화에 적응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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