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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Feb 03. 2021

브런치를 보고 누군가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뜻하지 않은 만남

그는 고민이 있다고 했다. 근데, 그 고민을 두고 주변에 상의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내 글을 보고, 나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뜬금없었다. 이런 식으로 이런 제안을 받을지는 몰랐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혹시나 나를 해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곳은 대형 쇼핑몰이 있는 곳이고, 이곳에서 잠시 얘기를 들어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혹시라도 이 사람이 많은 용기를 내고, 나에게 연락해 왔을 뭔가의 다급함이 글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혼을 해야 하나요?'

나에게 대뜸 얘기를 꺼냈다. 아마도 내가 쓴 결혼과 관련된 글들에 다 읽어본 눈치였다. 뭐, 대단한 것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내용들이 이 사람에게는 느낌 있게 전달되었던 모양이다.


사전에 질문지를 받았다면, 더 멋진 말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나에게 그런 여유의 시간은 없었다. 다만, 뭔가 상당히 고민스러운 얼굴에, 누군가 자신에게 진정 어린 조언을 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그런 눈치였다. 그래서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 마세요'

우선, 결혼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는 것 차체가, 이미 '결혼하기 싫은데, 뭔가 주변 상황에 의해서 결혼을 해야만 하는, 또는 그렇게 등 떠밀려 스트레스받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시 조금이라도 결혼을 생각하신다면, 결혼을 왜 하려고 하나요?'

혹시나 그 조금의 생각이 속 깊고 멋진 이유라고 한다면, 그 작은 티끌을 조금 키워주려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간단했다.


'딱히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집에서도 그렇고, 남자 친구도 그렇고, 자꾸 결혼에 대한 시기를 물어오는 게 너무 힘들어요. 그렇다고 남자 친구를 놓치고 싶은 건 아닌데.... 그리고, 부모님께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제가 전혀 준비가 안된 것 같아서 그래요. 제가 문제인 거 같고....'라고 말했다.


뭐, 특별하진 않았지만, 흔한 대답 중에 하나이다. '결혼에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반대로 말하면, '그럼, 언제 준비가 되느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결혼을 준비하고 하진 않는다. 결혼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재혼은 초혼보다 신중하다. 왜냐하면, 한번 해봤으니,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이 결혼생활을 유지해나가는데 중요한지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혼은 다르다. 준비 따위는 없다. 혹자는 '저 사람하고 헤어지기 싫을 때가 딱 결혼할 때라고 하더라고요'라고 했다. 아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서로 사랑하면, 기본적으로 헤어지기 싫다. 그렇다고 다 결혼하진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준비라는 것은, 앞으로의 자신의 남은 인생을 생각했을 때, 얼마나 뜻깊게 그 시간들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고,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 비혼과 결혼 사이를 따져 봤을 때, 그래도 결혼에 좀 더 내 몸이 이끌려갈 때,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도 딱 그 시기에 내 옆에 좋은 사람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 본다. 제일 안 좋은 결혼의 형태가, '누군가에서 등 떠밀려 하는 결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쌍팔년도도 아니고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혼으로 인해, 지금까지 나의 삶은 180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변의 여러 말들로 인해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는 있겠지만,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준비를 할 수 있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가깝게는 육아문제부터 경제적인 문제, 배우자 가족들 간의 문제를 비롯, 멀게는 사회의 여러 제도, 교육문제 등등,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무한한 신세계가 펼쳐질 것인데, 그걸 극복해 살아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랑하는 아기와 가족, 그리고 그들과 새롭게 만들어 갈 나의 행복한 경험들을 생각해, 너무나 설레고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최소한 결혼해도 행복해질 준비가 되었다고 본다. 그렇게 결혼해도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힘들어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말이다.




'혹시 결혼하신 걸 후회하나요?'

나는 당연히 한다고 했다. 내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누릴 수 있는 그 어마어마한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고 했다. 나도 주말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아니하고, 손하나 까닥하지 않으면서 마치 죽은 채로 누워만 있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하면 되지 않아요?'라고 하지만, 실상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다만, 이 대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후회는 하지만, 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후회를 할 뻔 했습니다.'라고 말이다. 사실 지금은 그렇다. 그 이유에 대해, 나는 조금의 망설임이나 주저함 없이, 아이들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결혼생활의 8할을 아이들이라고 감히 얘기해본다. 아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야 부족함이 없겠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서로에게 소원해지는 것이 어쩔 수 없다. 그렇지 않은 부부들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게 많을까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른다. 뭐라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카톡 프로필 사진을 봐도, 아이들 사진은 많은데, 가족이나 남편, 와이프의 사진이 적은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닐까도 싶다. 물론, 지금은 아이들이 다 어려서, 내 주변에 꼭 붙어있는 것이 너무 좋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만약 더 커서, 더 이상 나와 놀아주지 않거나, 대들거나 화내거나 짜증 내는 일상을 겪게 된다면, 다시 나는 '내가.. 왜 이 아이들을 나아서 이렇게 고생하나..'싶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좋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을 낳아 기를 자신이 없다고 했고,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했다.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물론, 자기 아이는 다를지 모른다 했지만, 그는 완곡했다.


결국 예정된 시간이 다 되고, 커피가 다 식었을 무렵, 나는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현실적으로 조언해주었다. 결혼에 시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나이가 지금 당장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그런 나이도 아니었다. '남자 친구를 잃으면 어떡하죠?'라고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순 없는 것이며, 미련 두고 붙잡을 명분도 없었다. 그렇게 내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비교하고, 현실적으로 결혼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결혼은 현실이다. 따라서 정말 현명하고 잘 판단해,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말했다.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천천히 생각하세요. 자기 인생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이래라저래라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선택은 본인이 해야, 후회도 적습니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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