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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Feb 10. 2021

뭐하러 그렇게 일하세요?

회사에서 살아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

내가 한창 일하던 대리때 일이다. 나와 입사 2년정도 차이가 나는 후배는 항상 내게 이렇게 말했다. 굳히 그렇게 까지 일할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름 회사에 제대로 헌신하면서 살았다. 누구는 주말에 회사일하는 것에 불평불만을 표했지만, 나는 오히려 주말에 회사에 나와 한주간의 업무를 정리하는게 맘에 편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시간대에 혼자 불켜놓고 일하는 것에 낭만을 느꼈으며, 나의 업무로 인해 움직이는 다른 업무를 보고 있자니, 그게 그렇게 재밌었고, 또 나의 그런 행동들을 칭찬해주는 많은 주변인들로 인해, 나는 계속해서 그 일을 더 적극적으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회식으로 술에 잔뜩취한 날에도 밤늦게 회사에 들어와 업무를 정리하는 나를 두고, 내 후배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시키는 일만 해도 될텐데, 시키지 않은 것들, 그리고 잘 될리 없어 보이는 일에도 열정을 보이는 내가 내심 못마땅했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결론을 놓고 본다면, 지금 그는 나보다 더 잘나간다. 그는 그가 맡은 분야의 총괄책임자이다. 혹자는 내가 바라보는 그가 전부가 아닐것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 후배가 내 밑에 있었던 지난 10여년간의 공적을 평가하자면, 그리 높은 점수는 주기 어려웠다. 지금말로해, 그는 명백한 [존버]였다.




회사는 영리하게 다닐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역이용당해 내쳐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 회사생태계에서 내가 남들보다 잘난것이 오히려 나를 짓누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튀어나온 못이다. 계속 튀게 놔두지는 않는 것이다.


최근 잘 아는 대기업의 인사발표가 났는데, 전혀 엉뚱한 사람이 수장에 올랐다. 그 수장은 나에게도 '나의 앞길을 나도 잘 모르겠다. 아이들이 커가는데 걱정이 많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였다. 사실 인간적으로 그는 좋은 사람이었으나, 업무적으로 그런 평가는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인사발표에서 그 회사의 수장이 된 것이다.


말들이 많았다. 마지막 테이블에 그의 이름이 없었지만, 나중에 추가되었다는 말, 어떻게 그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장이 되었냐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여기서부터는 내 추측이지만, 주변의 말을 전부 종합해 본다면, 회사는 무난한 사람을 원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변화가 많았던 그 회사는, 안정을 취하고자 했을 것이고 그에 적합한 인사를 했을 것이다. 마지막 테이블에 오는 사람들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누구하나 빠지지 않는 우수한 인재들이였다. 그럼에도 그런 인재들이 아닌, 전혀 엉뚱한 사람이 수장에 오른것을 보면, 대충 방향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 사람은 그렇게 수장이 되었다. 숫한 말들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보란듯이 말이다. 그사람이 영리하진 않았겠지만, 그간에 그가 보여준 일련의 일들이, 그를 [별탈없이 업무를 진행하는 안정형]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놨을 것이다.   




여기 또 하나의 수장이 있다. 엄청난 스펙에 엄청난 고과성적, 사내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성적표를 가진 그는 지금 변방에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일반인과 달랐으며, 시장을 읽는 실력도 과거 훌륭한 기업들의 실패담을 기반으로 항상 바른길로만 회사를 이끌어 가던, 그런 사람이었지만, 변방에 있다.


그는 적이 많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에 대해 시기질투를 한다. 어린나이에 임원이 되거나, 동기임에도 나보다 진급이 빠르거나, 월급이 많거나 하면 질투를 한다. 그 질투의 근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그냥 싫어한다. 그런 말과 행동일 모이고 모여 그룹을 이루고, 그런 그룹들이 보이지않게 공격해온다. 정당하게 얻은 기회와 노력한 결과임에도, 곱지않는 시선은 어쩔 수 없다.


이런사람은 어느정도까지는 쉽게 올라가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회사는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만, 능력이 있다는 것도 정도가 있다고 본다. 정말 능력있는 사람이야 그런곳을 빨리 박차고 나와야 겠지만, 조직에 속해있는 한, 그 조직의 흐름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로, 나에게 남아있다.




내가 회사에 입사하고 1년남짓 되었을때 일이다. 회사에서 서버라는 것을 도입하면서 모업체와 계약을 했다. 당시 수십억의 계약금을 지불한 큰 일이였지만, 회사내에 컴퓨터 시스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회사의 사장은 이런 시스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추천받았고, 나는 영업직이였지만 내가 하겠다고 했다. 내가 그 일을 한다고 해서, 내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였지만, 나름 컴퓨터에 박식<?>하다고 생각했었다. 결론은 거의 매주 주말에 나와 밀린 업무를 정리할 정도로 그해 1년는 제대로 쉬어 본 기억이 없다.


나의 부족한 부분은 해당 분야의 일을 하는 친구들을 불러서 공부하고 도움을 청했다. 주말에 그 친구들에게 점심을 사주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쓸데없는 일이였다.


모든 세팅이 완료된 날, 서버업체 팀장이 내게 와 고마움을 표하며, 선물로 노트북을 선물해 주겠다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내가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저녁자리를 마련하겠다'고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나는 정중히 거절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후 회사내의 서버업무는 자연스럽게 나의 일이 되었다. 영업도 병행하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오지랖이였다.


그때도 그 후배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왜 굳히 하겠다고 합니까?'라고 말이다. 모르겠다. 지금이라면 절대 손을 들지 않았겠지만, 그때는 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회사에 대한 나의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목적이 무었인지, 나는 어떻게 회사생활을 할 것인지는 전부 자신의 책임이다. 예전에는 일못하면 회사에서 짤린다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노동법이 강화되어 함부로 퇴직을 시킬 수 없다. 워라벨이란 듣도보도못한 문화는 기존사원과 신입사원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어떻게 회사생활을 해야 정말 잘하는 것인지에 대해 혼란을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실은 결국 조직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나혼자 잘났다고 아무리 소리쳐봐야, 쓰다버리는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그냥 보이지 않게 적당히 생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본래 회사는 100명중에 1할이 뛰어나고, 나머지 9할은 그저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는 조직이 아니었던가. 그 1할중에서도 특출난 사람이 아니고서야, 결국 그저그런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아는데는 제법 오래 걸린듯 하다.


회사의 애사심, 웃기는 소리다. 내 회사도 아닌데, 이 회사를 위해 사랑이 뭔 뚱단지 같은 소리인가도 싶다. 물론 회사가 잘되야 나의 경제생활도 탈이 없을테니 순리대로 시키는대로 열심히 하겠지만, 딱 그정도가 아닌가 싶다. 회사의 부조리함이나 뭔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부분에 대해 반기를 들어봐야 돌아오는 화살은 나의 심장을 관통하고 보기좋게 쓰러진다. 퇴직하는 그 순간, 내 슬리퍼하나 챙겨서 회사문 닫고 나오면, 두번다시 들여다 보지 않을 그런 곳이다. 애당초 사랑이 있을 수가 없다.


물론 주어진 일을 나태하게 처리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내 후배가 나에게 준 교훈은 다시금 되씹어 볼 필요는 있다.


뭐하러 그렇게 일하세요? 한다고 알아주지도 않고, 나하고 별로 상관도 없는 일인데......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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