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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Feb 22. 2021

진급에 목이 마른 당신에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40중턱을 넘어가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한테 오랫만에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잡다한 일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다가, 내가 '그건 그렇고, 이제 팀장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쿨하게 '아니. 아직 그냥 책임이지. 근데, 요즘세상에서는 그냥 진급안하는게 좋아..'라고 한다. 이말에 꽤 많이 동의한다. 물론 회사에서 너무 잘나가, 임원이 되어 많은 연봉을 받으며 빨리 은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더 할나위없이 좋지 않을까 하지만, 지금의 회사생태계를 바라본다면, 꼭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진급을 하는 것이야, ~씨로 불리다가 ~대리 ~과장으로 불리게 되는 것에 대한 뭔가 으쓱함이 있을 수 있다. 또는 자신이 이렇게 성장하고 있구나..하는 것도 알게되는 계기가 된다. 외부인과의 만남에서도 쉽게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연봉상승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위로 올라 갈수록, 그만큼 책임이 커진다. 책임을 지는 사람들은 육체적인 스트레스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항상 시달린다. 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사람을 점점 옥죄어 오는데, 요즘세상에서는 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변함없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작년에 파트장으로 진급한 H그룹의 지인은 아침 6시가 되면 출근을 하고,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온다. 동네에 사는 나로서는 밥한번 같이 먹기 쉽지 않고, 그렇게 평일에 고생한 사람을 주말에 불러내기도 쉽지 않다. 가끔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집 아이들을 만나면, '아빠는 뭐하니?'하면 '몰라요. 아빠는 맨날 늦어요.'한다. 그런 그하고 술한잔하면, 그 실상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진급하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위에서는 스케줄로 압박이 온다. 기본적으로 위로 불려가는 것은 뭔가 일이 하나씩 늘어나는 신호인데, 혼자서 그 일을 처리하기가 버겁다. 그럼 밑에 직원들에게 분배나 지시를 해야하는데, 그걸 잘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신입과 대리는 워라벨이 우선이고, 과/차장은 그 사이에 꼈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파트장에게 떠 안기는 모양새라고 한다. 여기게 뭐라고 화를 낼수도, 짜증을 낼수도 없는 변화된 조직문화는, '야..됐다. 그냥 내가 해야겠다'가 되어 버리기 쉽상이다.


내가 회사를 처음 들어왔던 2000년초반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지금하고 많이 달랐다. 아직 예전 회사분위기가 남아 있었고, 내 후배가 나보다 먼저 진급하면, '아...나가라는 소리구나.'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다르다고 본다.


모 대기업에 보면, [담당]이라는 직책이 있다. 이 담당이라는 직책에는 임원도 있지만, 임원이 아닌 사람도 있다. 임원이 아니지만, 개인방이 있고 회사에서는 중형급 차량도 내어주니, 모르긴 몰라도, 준임원의 대우는 해주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런 담당을 하다가도, 꽤 많은 수가 면직을 당하고 다시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그 예전에는 '아..나가라는 소리구나..'하고 퇴직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냥 평직원으로 계속 남아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월급을 엄청나게 깍였을 것이며, 그 본인이 과/차장시절에 입사한 사원이 팀장인 경우도 있음에도, 별 개이치 않는다. 뭐, 껄그러운 것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들은 결제권을 가지고 있을 뿐, 나는 회사업무만 하면 된다. 부당한 것이 있다면 사내 고충센터에 신고하면 되니, 회사생활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는것이 일반적이다. 철밥통을 불릴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업무를 계속하는데 무리가 없다면, 별문제되지 않는다.



회사가 수평적인 구조로 많이 변화하고 있다. 그 옛날 처럼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소유하고 칼질을 해대던 회사하고는 많이 다르고, 또 그렇게 회사가 변화해나가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옳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아웅바둥대봐야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으며, 회사가 나의 삶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직위나 직책과 상관없이 그저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애사심을 강조하거나 가족같은 회사를 말하는 회사가 있다면, 지금의 흐름에는 많이 뒤쳐지지 않았을까 한다.


어제도 굴지의 대기업사람들과 면담을 하는데, 면담에 나온 3명의 직함이 전부 프로다. 얼굴을 보아하니 대충 회사내 지위가 쉽게 판가름 났지만, 그들은 그냥 서로를 [~님]으로 부른다고 한다. 이런 수평적인 구조는 본인이 판단해서 주도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한다고 한다. 또한 남의 업무에 대해서 가타부타 얘기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한사람에게 일이 일방적으로 쌓이지도 않으며, 또 그렇게 회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업무를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모든것이 자기 마음먹기에 달렸다. 내가 어떻게 회사생활을 해야할지.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그렇게 생각하기에 내 인생은 어떤것인지. 나의 인생의 목표가 이 회사에서 성공하는 것이였는지를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그냥 삼시세끼 맛있는 밥을 먹으며, 내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줄 수 있는 울타리가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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