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아이는 비가 좋았다.
비가 내린 길에는 색색의 우산이 말을 걸어온다.
작은 우산을 쓴 아이는 지나쳐 가는 사람들 사이에 어두운 하늘에서 눈물처럼 떨어지는 비를 바라본다.
아이는 비와 이야기를 한 참이나 나눈다.
그런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이는 예전의 나 인 것을 알아차린다.
아이는 이제 비와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아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버렸으니까
어른아이는 쉬이 빨래를 마르지 못하게 될 비가 반갑지 않을 나이가 되어 버렸고
어른아이는 한낮의 끓여진 습도 탓에 아이스커피로는 도저히 식혀지지 않을 비가 막연히 기쁘지 않게 되고
어른아이는 비 속에 힘 빠진 걸음이 혹여나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나이가 되어 버렸다.
비가 마른 길에선 하늘이 말을 걸어온다.
작은 양산을 쓴 어른아이는
물기가 뽀송해져 버린 하늘이
널어놓은 빨래를 뽀송하게 말려 줄 것 이기에 반갑고
어른아이의 숨겨진 눈물과 닮은 비를 다시 보지 않게 되어 반가운
메마른 아이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