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랑
앞으로 전진하는 법을 직접 보고 배운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간 혹은 생명을 가진 것 들은 자신의 신체능력이 가진 본능으로 살아갈 수 있다. 신비로운 인류 탄생을 알게 되면서 살짝 어른이 된 듯하다. 고통으로 몸부림친 후에 만날 수 있었던 아이. 여성 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또 다른 이름의 엄마를 얻게 해 준 아이. 하늘을 날아가는 슈퍼맨 이 아니어도 우주를 지배할 시간의 초월자 또한 그를 잉태한 엄마가 있었으니, 엄마는 정말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어. 어디 갔지?' 화들짝 놀란 가슴으로 돌아보니 배밀이를 하고 있는 아이를 본다.
'여보. 세상에 배밀이를 했어. 깎!! 너무 놀랍지. 그렇지?'
일심동체가 되어 전화기 너머로 터질 듯 한 내 안의 괴성을 질러보며 아이의 한 발 성장에 기뻐 하 던 날이 생생 하다. 그때만큼 의견이 일치했던 때가 또 있었을까? 서로의 의지가 되어 주며 앞으로 닥쳐 올 폭풍이 인류의 다시없을 재앙이 된 다 한 들 두 손 꼭 잡고 아이의 아빠는 슈퍼맨이 되고 아이의 엄마는 캡틴마블이 되리라. 슈퍼맨과 캡틴마블은 원 팀이 되어 아이의 튼튼한 근육과 세포를 잘 형성해 준다. 혼자 살아갈 세상에서 낙오되지 않는 아이가 되도록 원 팀은 시간, 에너지, 환경, 열정과 그들이 가진 모든 것, 없는 것도 끌어내어 아이에게 다 써 본다. 원 팀의 상처 즘은 어찌해도 괜찮다. 하지만, 아이의 아픔은 원 팀에게는 멍 이 되어 저 깊은 세포 속에 자리 잡게 된다. 원 팀은 사력을 다해 아이를 끌어당기고, 좋은 햇살과 양분을 충분히 주어 본다. 원 팀의 체력이 점점 소실되어 가는 것도 잊은 채로 말이다.
'있잖아. 돈 좀 있어? 방학 특강은 꼭 해야 한다고 선생님께서 하시네.'
'글쎄, 지금 빠듯하게 지내고 있어서 여유가 없지....'
'어떻게 좀 해봐 봐. 공부는 시기라는 게 있는데.'
원 팀의 슈퍼맨과 캡틴은 말이 없어진다. 아이를 감싸고 있던 따스한 온기는 추위가 오려는 듯 싸늘 해 지고 만다. 원 팀은 서로에게 집중했던 시간을 가지지 못했으므로 그들에게도 필요했던 둘 만의 공기는 그저 아이를 위한 것으로 가득 차 있을 뿐이고, 유월의 파릇한 초록 잎사귀처럼 반짝이던 원 팀은 어딘지 모르게 이미 열매를 맺 지 못할 수확의 계절만큼 서럽다. 서로에게 좀 써야 했던 서로를 향한 공간의 에너지, 서로를 위한 열정의 시간, 서로를 돌봐야 할 애정은 온전히 다른 아이를 향했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 그리고 부모의 부모들에게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지만, 부모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들은 그러한 것 들이라고 습득되었기에 의심할 바 없이 슈퍼맨과 캡틴은 그렇게 믿기로 했고 그렇게 세월을 보낸 것이다.
'샘. 왜 '오월'이라고 쓰여 있어요? 원래 '5월'이라고 하지 않아요?'
호기심 천국의 아이들이 묻는다. 그저 당연한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그러게.'라고 답 한 뒤,. 더 이상 캡틴도 아니고 앤드게임의 마지막 장면 즘에 등장할 법 한 세월에' 나는 어느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걸까?' 나 자신에게 반문해 본다. 양육할 아이가 존재하지도 않으며, 부모의 충고 따위는 좀 귀찮아하는 성인이 된 아이의 방과 방 사이는 마치 먼 우주의 행성 사이의 거리 만큼으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모든 계절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지만, 가장 애정하는 계절이라면 여름이 오기 전의 초록이들 이다. 궁금한 것이 세상 가득하고, 자신의 이야기가 온통 우주로 채워지는 나이. 내가 지금 매일매일 마주 하고 있는 아이들일 게다. 오늘 퇴근 후에는 피자 한 판에 돈을 좀 써 볼 거다. 성인이 된 나의 아이들도 혹여 나에게 궁금한 게 있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