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행복_육아감사일기
안녕! 나의 사랑!
원래 엄마의 사랑인 넌 10월 23일이 예정일이었어. 예정일이 뭐냐구? 네가 세상에 태어날 거라고 예정했던 날이지. 그날은 심지어 아빠의 생일이었단다. 예정일이 아빠 생일인걸 알고 얼마나 놀라고 기뻤는지 몰라. 그리고 네가 엄마 아빠에게 온 것, 그리고 예정일이 아빠 생일인 것.
이 놀라운 우연들에 호들갑을 떨고, 운명인가 봐! 하며 온 마음이 팔짝팔짝 뛰던 날이었지.
임신 테스트기에 선명한 두 줄이 찍혔던 그날은 아직은 추운 1월의 아침이었어. 엄마는 이게 기쁨인지 당혹스러움인지 분간이 안 될 만큼 두근거렸어. 눈앞에 선명한 임신테스트기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지. 날이 추운 건지 내 몸이 떨리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
산부인과에 가서 첫 진료를 받는 엄마 아빠는 참말로 신생아 같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널 확인하러 가는 엄마랑 아빠는 마치 있다고는 들었으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우주에 톡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단다. 처음이 가득해서 어리둥절한 엄마 아빠에게 의사 선생님은 너라는 신비한 우주를 눈 앞에 보여주시고 뒤에 들려주셨어. 바로 네 심장소리를 들려주셨거든.
네 첫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에도 엄마는 실감이 나지 않았어. 엄마의 몸에 하나의 심장을 더 갖게 되었다는 것. 그 심장은 아주 아주 작지만 무엇보다 탄력 있고 강하게 뛰고 있었거든. 네 존재는 그 자체로 엄마에겐 너무 새것의 경험이어서, 우주에 하나뿐인 경험이어서 이걸 어떻게 담아내야할지 몰랐지. 그저 온 마음 구석구석에서 심장이 뛰는 것 같았어. 너라는 기쁨이 온 마음을 울렸어.
엄마의 몸에서 두 개의 심장이 뛰던 황홀했던 9개월의 겨울, 봄, 여름, 가을은 매 순간이 처음이어서 흥분되기도 했고, 어설프기도 했어. 하루가 다르게 불러오는 배가 신기했던 날도 있었고, 엄마의 심장 박동이나 꼬르륵 소리를 네가 내는 소리인 줄 착각했던 어설픈 날들도 있었지. 생각해보면, 이 귀여운 착각도 참 행복한 일이 맞아. 너와 내가 하나로 연결되어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는 착각이잖니.
그렇게 추운 겨울에 찾아온 작고 건강한 씨앗이었던 너는 계절과 함께 자연스레 커갔단다. 봄엔 손톱만한 연둣빛의 싹이 봄 햇살에 비춰 딸랑딸랑 빛날때마다 네가 이렇겠구나 생각이 들었어. 여름엔 초록의 무성함과 건강한 에너지를 볼때 나의 사랑도 점점 울창해지겠구나 하고 마음이 뿌듯했단다. 푸른 가을엔 단단함을 키우고 있지? 하면 네가 발로 스으윽 엄마의 배를 문질러주곤 했지. 넌 엄마의 따뜻한 배 안에서 그렇게 즐겁게 자랐어. 참 다행이지. 맞아. 너와 함께한 시간은 늘 그렇게 다행이어서 감사했어.
어느 날은 우리 태양이 초음파를 보러 갔는데, 우리 태양이가 엄마 배 속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있더라?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그리고 즐거운 우리 태양이 모습에서 보이는 신남과 건강함에 얼마나 안심했는지 몰라. 그렇게 우리 태양이를 품고 있던 4계절은 엄마 인생에서 가장 아름운 날들이었어.
그런데, 우리 태양이가 웬일인지 한 달이나 일찍 태어나버렸어. 검진 내내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던 네가 엄마 아빠에게 일찍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출근을 하려고 준비하는 아침에 엄마가 배가 아프더라고. 엄마는 별 일이 아닌 줄 알았는데 산소가 공급되는 태반이 떨어지면서 엄마는 피가 많이 났어. 엄마는 뭔가 잘못되었다. 하고 직감하고 바로 병원으로 가는 택시를 탔어.
지금 생각해 보면 태반이 떨어지면서 산소공급이 어려워진 우리 태양이도 그 안에서 숨을 쉬려고 얼마나 애썼을까. 다시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찡해. 우리 태양이 아프가 점수가 처음 1분은 7점이었다고 전해 들었어. 부족한 산소라도 쉬기 위해 애쓰느라 손발이 파래질 만큼 힘을 냈다는 거야. 우리 태양이 이때 얼마나 힘들었니.
9달 동안 힘껏 스스로를 키웠던 그 힘을 아마 이때 끝까지 쥐어내서 썼을 거야. 엄마가 태양이었어도 그렇게 못했을 수 있어. 아가야. 넌 이렇게 강한 아이란다. 엄마는 그런 널 생각하면 눈물이 나. 그 힘듦을 끝까지 견뎌준 나의 사랑, 엄마는 너에게 평생 감사해.
응급수술로 우리 태양이를 낳고 엄마는 그날 걷지 못해서 우리 태양이를 만나지도 못했어. 이틀 동안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었는데 다행히 잘 들리긴 했어. 그때 신생아실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기를 데리고 나오는데, 아빠께서 멀리서부터 너무나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오셔서 저희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하셨어.
우리 태양이가 세상에 나올 때 힘들고 두려웠을 시간을 아빠가 넉넉한 마음과 미소로 따뜻하게 보듬어주었단다. 아빠는 그런 멋진 사람이야.
참, 우리 태양이가 세상에 막! 태어난 모습을 아빠가 사진으로 찍어두셨거든. 왕 똥그리! 우리 태양이 썽이 잔뜩 났더라! 아무래도 끝까지 애를 쓰느라 힘들었는지 잔뜩 인상을 쓰고 있더라구. 용감한 사나이! 우리 아가가 고스란히 담겨있었어. 지금은 아홉 살 형아인 얼굴에도 살짝 남아있는 이때의 태양, 엄마가 이 사진 곧 보여줄게! 기대해.
세상에 나올 땐 참 힘들었지? 그래도, 우리 태양아. 태양이가 세상에 나왔다는 소식에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모두 한 달음에 달려와서 우리 태양이가 세상에 나왔음을 기뻐하고 온 마음으로 환영해 주셨어. 우리 태양이가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사랑이 가득했단다.
태양아.
세상에 건강하게 나와줘서 참 고마워. 엄마의 아이가 되주어 온 마음으로 감사해.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가을에 태어나기로 한 나의 아가. 엄마와 아빠는 태양이를 품고 설레는 연둣빛 봄을 보내고 기대되는 푸른 여름을 보내며 너를 품고 함께 걷는걸 참 좋아했단다. 녹색을 보며 우리 태양이가 저 녹색빛을 닮아 초록초록빛으로 빛나는 아이가 되게 해달라고 매일 아침 출근길에 소원했던 그 아침들이 참 행복했어.
엄마가 가는 곳은 어디든 함께 가고, 함께 보고, 함께 걸으며 네게 말을 걸던 그 순간들이 참 벌써 그립구나. 엄마가 가끔 지금도 우리 아가 엄마 호주머니에 넣고 다녀야겠다. 하잖아. 엄마는 그때가 정말 좋았거든. 아빠도 태양아~태양아~하며 늘 엄마 배에 대고 말하고, 네 움직임 하나에 행복해하던 그 수많은 순간들도
엄마 아빠에겐 무엇보다 큰 하루의 기쁨이었단다.
사실 가끔 엄마의 행복을 말하며 커피에도 관대해지고, 우리 태양이가 힘들까 하는 생각보다 지금의 즐거움을 위해 멀리 여행도 다니고 했고 괜찮을 거야~하며 임신 기간을 쉽게 생각했던 엄마였어.
그런데 그 새벽. 피를 흘리며 병원에 가서 다행히도 수술이 잡혀서 차가운 수술대에 올라간 순간. 응급수술이라 어떤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옆에서 의사 선생님께서는
"지금 애랑 산모가 죽는데 그게 문제예요!"
하고 소리를 지르셨던 그 순간에도 엄마는 무섭지 않았어. 엄마 알지? 엄마가 평소 걱정도 겁도 잔뜩인 데다 불안감이 많잖아. 완전 쫄보잖아, 엄마. 그런데 그 순간에는 한참을 쏟은 피와 시간들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이 곧 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만 온 마음에 가득했단다.
그래서일까? 네가 이렇게 새파랗게 질려 세상에 나왔음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걸 보면 힘들면 안 해야지~하던 모유수유에 점점 노력하는 나를 보면 이제야 모성애라는 것에 한 발 다가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거 아니? 매일 새벽. 너의 작은 움직임에 3시간마다 깨는 너를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면서 아빠는 네가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는 것도 아쉬워하셨단다. 네가 세상에서 앞으로 불릴 네 이름을 짓고, 신고를 했던 날. 너를 안고 아빠는 태양아~하고 부르시며 한동안은 이 이름을 꼭 부르고 싶다고 하셨어. 우리가 너를 태양이라 부르던 그 9개월이 아빠와 엄마에겐 그런 형언할 수 없는 의미를 갖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았나 봐. 그렇게 너는 엄마와 아빠에게 언제나 충만한 의미란다.
태양아.
세상은 정말 감사하고 아름다운 곳이지만 살다 보면 우리 태양이도 시련과 아픔을 겪는 날들을 만나게 될 거야. 엄마와 아빠가 그 모든 시간을 대신 모두 함께 견뎌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함께 행복할 오랜 시간 동안 친할아버지의 책임감과 친구 같은 아버지의 즐거운 마음, 친할머니의 헌신, 배려, 베푸는 마음.
외할아버지의 드러나기보다 깊이 배어있는 따듯한 마음, 외할머니의 적극적인 삶의 자세.
아빠의 명석함과 긍정, 세상 누구보다 넓은 사랑, 엄마의 끈기와 세상에 대한 감사함을 닮아 세상을 지혜롭게 바라보고 한 번 더 용기 있게 일어설 수 있는 지혜로운 생각과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랑이 많은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엄마와 아빠가 옆에서 늘 응원할게.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너만을 위해 온 마음으로 지어내는 엄마 아빠의 사랑이 언제나 너를 따듯하게 보듬어주었으면 해. 그 마음을 을 너는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네 발을 따듯하게 데워주고, 네 손을 보드랍게 잡아줄게. 네가 보다 자유롭게 꿈꾸고, 지혜롭게 자라며,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널리 이로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젠가 이 사랑을 너 역시 너의 작고 연약한 아이를 품에 안고 이어가며 네가 살아갈 세상이 그런 선한 사랑으로 가득할 수 있기를
엄마는 이 시간 너를 위해, 세상을 위해 바라고 기도해.
시작부터 언제나 엄마의 사랑, 나의 아가.
오늘도 넌 용감하고 강하고 즐거운 사람이어서 고마워.
2015. 10월 아름다운 가을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