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력이 내 지능을 키워나갈 때

by 주윤

어느덧 손톱이 자랐어요. 요즘엔 3-4주에 한 번 꼴로 손톱을 자르는 것 같아요. 날렵한 은색의 손톱깎이의 아랫부분은 검지로 받치고, 윗부분을 엄지로 적당히 눌러가며 손톱을 잘랐어요. 은색의 지렛대의 움직임에 기대어보니 손톱이 꽤나 단정해졌지 뭐예요. 꽤나 단순한 반복 행동이 가져오는 정갈한 결과에 마음까지 정돈되는 느낌이 듭니다.



마음의 바닥을 단정히 쓸어지는 것이 느껴지며 자뭇 흐뭇한 마음이 다져지고 있는 순간, 옆에서 촤르르! 하며 도미노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 삐뽀삐뽀 위기상황입니다. 여지없이 제 아이가 으아앙! 하고 우는 소리와 함께 짜증 섞인 말이 온 집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합니다.



"엄마, 역시 나는 바보인가 봐요. 왜 도미노를 이렇게 쌓았을까요!"

"어머나. 어쩜 좋으니. 속상하겠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도미노 정말 멋졌는데!"

"엉엉엉. 그러니까요 엄마. 이제 앞으로 절대 성공 못할게 분명해요."

"말도 안 돼. 주윤이의 도미노는 늘 성공의 시간이었잖아. 그걸 위해 여러 번 실패했고, 그때마다 울었지만 늘 다시 시작했잖아. 괜찮아. 다시 하면 돼."

"아니에요. 난 바보여서 또 실패할 게 분명해요."

"그럼 그만할 거야? 이제 도미노 안 할 거야?"



성장하는 것은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늘 변할 텐데 가끔 그렇지 않다고 여길 때가 많아요. 특히 실패나 성공 앞에서 내 능력을 탓할 때가 그런 경우 중 하나이죠. 성공의 원인을 '난 머리가 좋으니까.'하고 찾는다거나 실패의 원인을 '난 역시 머리가 나쁜가 봐.'하고 찾는 것은 능력을 고정된 것으로 보는 신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동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의심해야 해요. 과연 그럴까?



성공과 실패의 이유에 대한 인과적 설명 방식을 귀인(attribution)이라고 해요. 우리는 흔히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능력, 노력, 운, 난이도에 귀인 한다고 해요. 성공에 대해 '역시 내가 노력한 결과야.'하고 여기는 것은 노력에 귀인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죠. 시험에서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을 때 '아! 이번 시험이 어려웠어.' 하는 것은 난이도에 귀인하는 유형이에요. 한편, '아! 내가 시험 직전에 딱 봤던 게 시험에 주관식으로 나왔다니까!' 하는 것은 운에 귀인한 모습이겠죠. 마지막으로 실패 앞에서 '난 머리가 안 좋아.'하고 여긴다던지 성공 앞에서 '나는 머리가 좋잖아.'하고 생각하는 것은 능력에 귀인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죠.



성공과 실패 앞에서 자동적으로 드는 생각이 귀인이지만, 어떤 귀인을 갖는지는 내 성장에 아주 중요해요. 귀인 유형에 따라 미래에 내 앞에 주어진 과제에 대한 성공 기대와 도전하는 행동, 그리고 갖게 되는 목표의 유형이 달라지거든요. 그렇다면 어떤 귀인을 갖는 게 내 성장에 도움이 될까요?



되도록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귀인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해요. 난이도, 능력, 운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죠. 내가 시험문제를 내는 것도 아닌 데다, 능력은 단시간에 쑤욱 향상되긴 어려우니까요. 그나마 시간을 들이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봐요.



실제로 노력 귀인의 힘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어요. A, B 두 집단 모두에게 성공 경험을 줍니다. 이후 A집단은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고, B집단은 '우리 성공의 원인은 우리가 시간을 충분히 들이고 여러 번 시도해 보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야.' 하고 성공을 '노력'에 귀인하도록 처치를 하죠. 이후 두 집단 모두에게 실패 경험을 투여합니다. 이 실패를 마주했을 때, 성공 후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던 A집단에 비해 노력으로 귀인하도록 처치했던 B집단은 실패 후에도 끈기 있게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어요. 성공을 노력에 귀인한 B집단은 실패의 원인도 노력에서 찾은 거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즉 내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노력에 귀인하다 보니 B집단은 실패를 능력 없음이 아닌 더 많은 노력이나 전략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에요. 실패를 능력 없음으로 여기며 능력에 귀인한 A집단과는 다른 차이를 보인 거죠.



뿐만 아니라 아이가 과제를 잘했을 때, 주변에서 받았던 칭찬 역시 귀인에 영향을 줍니다. 아이에게 '역시 잘한다.', '머리가 좋구나!', '똑똑하네.'하고 능력 위주의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성공을 능력에 귀인하겠죠. 반면에 '어려운 문제인데 차분히 풀었구나.', '지난번에는 식 세우기를 어려워했는데 이번에는 식을 분명히 세우려고 애쓴 게 보인다.' 하며 노력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자신의 성공을 노력에 귀인 할 거예요.



이 두 아이들은 이후 목표 설정에서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두 집단 아이들에게 다음과제를 고르게 해요. 하나는 난이도가 비슷한 문제이고 나머지하나는 난이도가 어려운 도전 과제이죠. 이제 짐작이 되시죠? 능력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난이도가 비슷한 문제를 선택한 반면, 노력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난이도가 어려운 문제를 선택합니다. 노력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내 노력이 결과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요. 따라서 더 나은 나를 위해 도전하죠. 하지만 능력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내 머리가 그렇게 좋은 것 같진 않은데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받았잖아요. 그러니 혹시나 어려운 문제를 선택해서 실패하면 내 머리가 좋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 같은 거죠. 이 아이들은 도전적인 과제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또한 과제 해결 후 문제 해결 방법에 관한 설명이 담긴 상자와 이 과제를 해결한 다른 친구들의 점수 중 더 알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했을 때, 노력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문제 해결 방법을 고르는 경향을 보입니다. 내가 하지만 능력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의 점수를 궁금해하죠. 노력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비록 과제 해결에 실패했더라도 이후에는 노력으로 내 유능성을 향상하려는 동기를 갖게 됩니다. 반면에 능력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에 비해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 확인받고 싶어 하죠.



이런 두 가지 목표 유형을 각각 숙달목표, 수행목표라고 불러요. 숙달목표는 '어제보다 나아진 나'를 위해 노력하는 목표예요. 노력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목표유형으로 내 앞에 주어진 챌린지는 나의 성장을 위한 것으로 여기죠. 이 목표를 가진 사람은 어려워도 도전적인 과제를 선호하고, 잘하고 싶기 때문에 무조건 외우기보다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무엇보다 과제 해결의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을 만났을 때 타인에게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적극적 행동을 보입니다. 이들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보다는 나의 성장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반면에 수행목표를 가진 사람은 달라요. 이 사람들은 내가 타인에 비해 얼마나 유능하냐를 보여주기 위한 목표를 선택하죠. 즉 적은 노력에 비해 큰 성공을 거둘 때, 내 머리가 똑똑한 거잖아요. 이 사람들에게 노력한다는 것은 곧 머리가 안 좋음, 즉 능력 없음으로 여겨져요. 그래서 좀 더 쉬운 과제를 선택해서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 하죠. 이 두 목표를 설정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오늘은 같더라도 내일은 달라지겠죠.



하지만, 능력 귀인을 갖는 것이 늘 나의 성장을 막는 것일까요? 사실 성공을 경험하면 효능감이라는 신념이 생기잖아요. 자기 효능감은 특정 과제를 잘 해낼 수 있다는 내 능력에 대한 신념으로, 효능감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 능력을 백분 발휘하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성공 경험은 이후 과제에 도전하게 만들어줘요. 즉 내 능력에 대한 신념이 갖는 힘을 우리는 아는데 능력 귀인이 모두 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면 내가 그동안 가진 신념이 서운해할지도 몰라요.



그렇다면 한 가지! '컨트롤'의 측면에서 다시 한번 귀인을 살펴볼게요. 능력, 노력, 난이도, 운의 네 귀인 중 컨트롤할 수 있는 귀인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씀을 드렸죠. 그렇다면 노력뿐만 아니라 '능력'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여기면 어떨까요? 즉 능력도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거죠. 아니 우리가 주관적으로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이렇게 여긴다고 하면 좀 정신승리로 보일 수 있으니 좀 더 레퍼런스를 달아보는 게 필요하겠어요.



나무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매해 새로운 봄이 되면 새 잎을 돋아냅니다. 올봄에 돋아낸 연둣빛 새 잎은 작년, 그 작년의 잎과 달라요. 올해의 기온, 바람, 토양의 색, 봄비의 정도는 매해 다르거든요. 그리고 나무의 뿌리의 뻗침도 기둥의 수령도 모두 달라지잖아요. 이 변화들은 당연히 그 자리에 있는 나무가 매해 아름다운 변화를 피워내도록 돕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예요. 오늘 우리가 만난 사람, 내 손을 거쳐간 경험, 경험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내 신념과 일으키는 화학작용에 따라 나라는 사람도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실제로 Schaie의 성인기 인지발달이론에서 25세부터 67세에 이르는 성인을 대상으로 7년간 반복해서 IQ를 측정했을 때 귀납적 추론, 공간능력, 언어이해, 수계산 영역의 인지능력은 성인 중기라고 하는 중장년층이 최고 수준을 보였다고 해요. 우리가 회사나 사회에서 팀장님들이나 중요한 결정을 하는 분들의 연령대이죠. 이때는 지식의 양적 증가나 감소보다는 습득된 지식을 사용하는 능력이 확장되는 거죠. 즉 지능을 문제해결력이라고 볼 때 중장년층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형성된 상태로 볼 수 있어요. 그 말은 지능도 점점 성장한다는 뜻이겠죠?



뇌과학에서도 이런 사례를 볼 수 있어요. 우리 뇌는 우리가 자주 쓰는 영역은 시냅스 간의 연결이 더욱 단단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뉴런 안에서도 정보가 이동할 때 자주 단련시킨 영역은 좀 더 수월하게 정보를 이동시킬 수 있다고 해요. 뉴런은 수생돌기를 통해 다른 뉴런에게서 정보를 받고, 이 정보는 뉴런의 축색이라는 도로를 거쳐서 축색말단으로 이동합니다. 이 축색말단은 또다시 다른 뉴런과 만나며 시냅스 연결을 하는 거죠. 이때 다른 뉴런에게 받은 정보가 축색을 통해 뉴런 내에서 원활히 이동하는 게 중요해요. 이 과정은 전기적 신호로 이루어지는데 축색은 본디 피복이 없는 전선에 불과해요. 그러면 전기적 신호가 원활히 이동하기가 어렵겠죠. 해당 영역에 대한 반복과 잦은 경험은 축색에 피복전선을 감아주는 역할을 해요. 이것을 수초화라고 합니다. 잦은 연습은 수초화를 더욱 용이하게 해 주죠. 음식을 잘하는 사람은 새로운 레시피를 보아도 금방 따라 하잖아요. 마찬가지예요. 내가 특정 과제에 더 많이 도전하고, 연습하고, 참여할수록 수초화가 더 쉽게 이루어지고,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운전기사들은 공간을 지각하는 뇌의 영역이 다른 부분에 비해 더 발달해 있다고 해요.



이런 연구들은 우리의 지능, 문제해결력으로 이해되는 능력도 변화할 수 있는 영역임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연습, 도전, 반복, 그리고 관심은 해당 분야에 대한 우리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거죠. 우리의 손톱이 더디게 자라서 매일매일은 얼마큼 자랐는지 알아채지 못하다가 어느덧 쑤욱 자란 손톱을 보게 되잖아요. 우리의 능력도 그 변화가 너무나 비밀스럽게 일어나고 있어서 매일의 순간에 눈치채지는 못하지만, 어느 날 문득 어렵게 여겨지던 문제가 조금은 수월해질 때, 우린 만나죠. 성장한 우리의 능력을 말이죠.



이렇게 능력에 대한 성장의 관점은 우리의 하루를 변화시킵니다. 어려운 문제를 푼다는 것은 내가 성장할 기회를 주는 거예요. 실패했다는 것은 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미처 갖지 못했던 능력을 갖출 문을 열었다는 뜻이 되죠. 나는 노력 귀인이 그랬듯, 내 능력을 향상하는 일에 좀 더 몰두할 수 있어요. 더 참여하고 실패 앞에서 전략을 수정하고,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며 나를 성장시키는 거죠.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요.



단, 내 능력은 내 손으로 이룬 것이어야 합니다. 타인이 불쑥 건네준 “머리 좋구나!”가 아닌, 나의 성공 경험이 내 능력에 레퍼런스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그랬을 때 나의 능력에 대한 자기 효능감이 단단해지는 것이죠. 그랬을 때 나는 새로운 과제에 도전합니다. 비록 오늘은 실패했어도 다시 탈탈 털고 일어날 거예요. 수많은 실패 후 한번 성공해도 그건 내 손으로 한 것이니까요.



"그럼 그만할 거야? 이제 도미노 안 할 거야?"

"아니요. 할 거예요."

"그럼 주윤아, 생각해 봐. 이전에 했던 쉬운 도미노는 지금은 너무 쉽게 해내지? 지금 주윤이가 실패했다는 건 어려운 챌린지였다는 뜻이잖아. 그 말은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렇게 주윤이가 도미노를 구성하는 생각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거잖아. 지금 그걸 키우는 중인 거야. 그렇지?"

"아!"

"주윤이 도미노의 역사는 늘 실패하다가 다시 도전해서 성공해 왔잖아. 그리고 이제 9살인데, 연습할수록 도미노 실력은 점점 성장할게 분명해. 그치?"

"맞아요. 9살이니까 점점 잘하게 되겠지요!"

“그럼! 할수록 도미노를 다루는 손도 세심해지고, 구성도 늘 새로울 거야. “



우리 집 아홉 살은 눈물을 닦고 힘내어 미소를 지어봅니다. 그리곤 다시 제 방으로 가서 쓰러진 도미노를 주워 담습니다. 도미노가 참 야속한 게 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요. 가혹하죠.



그래도 아홉 살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합니자. 지금의 내 실패가 결국 나의 성장을 위한 과정임을 받아들인 덕분이에요. 내 능력은 내 노력으로 내가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건 아홉 살이 그동안 들였던 시간 속에서 그 꼬물꼬물 한 손이 기억해요. 그 손가락에 남긴 도미노의 감촉은 지문만큼 나에게 확실하고 정확한 진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