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감사일기, 엄마의 생각,
새벽에 잠이 깬 아가 우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는 30여 분간 안고 등을 토닥토닥 쓸어주니 나의 어린 아가는 내 품 안에서 어린 새처럼 쌔액쌔액 잠이 들었다. 때론 이런 평화를 만나기 위해 천둥번개 치는듯한 대 혼란의 시간을 만나기도 한다.
-No mercy. 신생아에게 자비란 없다. 한번 굶긴 적도 없는데 조금만 늦으면 "나 죽네~~~~"하고 넘어갈 듯 울어댄다. 등센서가 발달한 아가여서 눕혀놓으면 앵~하고 울기에 안고 집안 이곳저곳을 다니며 달래는 엄마는 아기의 인력거. 가끔 짓는 아기의 웃음은 근육의 움직임으로 인한 작용일 뿐이라는 엄마에 대한 공감과 기분좋음은 아니라는 것은 어디선가 읽어서 알고 있다. 그걸 알면서도 엄마는 순간 파블로브의 개가 되어 아가가 보내는 둥근 미소에 마음속 구름이 확 걷힌다.
우리 삶이 그렇듯 그 황금빛 미소는 찰나일 뿐, 육아의 일상은 아무렇지 않거나 또는 너무 울퉁불퉁해서 온 정신이 덜커덩 거린다. 더욱이 초보 엄마는 급 브레이크에 철렁하는 순간도 꽤나 잦다. 분명 우유도 먹고, 기저귀도 확인했고, 잠도 잘 잤는데도 울어대는 순간이 있다. 정말 당황스럽다. 아가를 안은 초보 엄마가 달래 보겠다고 아무리 괜찮아~괜찮아~하며 안고 집안 곳곳을 다녀도 아랑곳없다. 그러다가 아빠나 할머니께서 안으시면 금세 뚝.. 평화가 찾아온다.
나도 처음이야. 처음이라 그래. 어색해서 그래. 너만한 아가를 안아보는 건 처음이라 그래. 내 팔이 딱딱한가. 내 팔이 너무 직각은 아닌가? 아니 내 팔에 살이 부족한가? 자세가 이상한가? 하며 남편과 할머니께서 안은 모습을 관찰해 보고 거울에 비친 내가 아이를 안은 각도가 괜찮은지 스스로 점검도 해본다. 지금껏 나는 내가 알아서 다 잘하는 줄 알았던 생콩 하고 뾰족했던 서른이었는데, 낯선 세상에서 내가 신생아가 된 것만 같다. 아마도 서른 즈음에 내 삶에 새것은 별로 없었나 보다. 육아라는 새로운 우주에서 나는 늘 당황스럽고, 어렵고, 두렵다.
엄마와 남편이 아이를 안은 각도를 따라 해보니 어느 날은 아가가 내 품에서 고요해졌다. 아! 이건가! 싶은 마음에 나도 할 수 있네! 하는 맑은 아이보리빛 아지랑이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마음속에서 소박하게 피어오른다. 하지만, 고요는 잠시. 다시 얼굴을 찡그리며 시작하는 울음 앞에 내 마음속 효능감의 아지랑이는 회색의 진하고 무거운 의구심이 되어 바닥을 채운다. 육아라는 일희일비의 세상에서 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문득 육아라는 첫 우주에 발을 딛고 두리번거리고만 있는 나를 보니, 내 아가의 두려움은 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8달 동안 따뜻한 양수에서 노니던 아가가 날것의 몸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이 아가는 얼마나 무서운 게 많을까. 서른을 살고도 낯선 새것들에 당혹스러운 나인데, 내 아가에게는 모든 순간이 겁이 나겠구나 싶다.
아가가 눈을 떠서 보이는 것은 아직은 어둠과 밝음 뿐일 것이다. 이상한 소리들은 계속 귀에 들려온다. 높낮이가 제각각인 여러 목소리들. 창 밖에선 차가 다니는 소음, 아침을 깨우는 창 밖의 새소리들, 청소기의 윙윙 소리, '맛있는 밥이 완성되었습니다!' 하는 낯선 소리, 물이 하수도를 타고 내려가는 소리, 변기 물 내리는 소리까지. 하루에도 낯선 소리들이 아기의 귀를 울리겠지.
삶은 매 순간이 챌린지여서 세상에 나오니 이젠 코로 숨을 쉬어야 한단다. 열심히 쉬어보지만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깨어진 밸런스 때문에 찾아오는 딸꾹질로 아가는 수십 분간 그 작은 온몸 전체가 울려대는 걸 이겨내야 한다.
굶주림을 느낄 때 오는 내 몸의 인기척에 놀라고, 몸에 가스가 차서 느껴지는 불쾌감에 다시 한번 당혹스러운 순간에 아가는 어땠을까. 세상에 태어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자비는 없어서 내 똥은 내가 싸야만 하니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힘을 줘서 똥을 누어야만 했고, 그전에 배가 싸~한 느낌... 그런 통증을 느껴야만 했을 것이다. 오롯이 자신의 몸으로. 나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갑자기 나타난 다섯 개의 막대가 하나의 동그란 면에 붙어있는 이건 뭘까. 내 손가락, 그 꼬물거리는 움직임을 보고 경기 일으키듯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게 일상인 아가. 손에도 놀라는데 자기의 하품과 방귀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수밖에.
4kg의 무게와 고작 46cm의 몸으로 이 거대한 세상의 무게를 온 면적으로 맞딱뜨려야하는 너에게 하루란 얼마나 버거울까. 세상에 낡은 나에겐 너무나 익숙해서 느끼지 못하는 세세한 감각들이 내 아가에겐 모두 날것이다. 내가 짐작하지 못하는 상황들까지 모든 게 처음인 우리 아가는 제 몸의 예고없는 크고 작은 인기척을 제 감각으로 겪어야만 할 때, 얼마나 당황스럽고 어렵고 두려울까. 그 하루들을 살아내는것만으로도 너는 나보다 용기있고 큰 사람이 맞다.
그런 생각이 드니 육아가 어렵고, 당황스럽고, 답답하다 생각했던 내 육아의 무게보다 내 아가의 울음의 무게가 측은해진다. 내 아가의 그 힘겨운 순간들은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오롯한 내 아가의 과업.
우리는 서로에게 낯선 삶에서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 손을 맞잡고 함께 낯선 세상의 문을 열고 나가서 세상의 선선하고 달콤하고, 때론 휘몰아치는 바람을 겪는다. 그렇게 우리는 원팀이다. 그것도 서로를 사랑하는 원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아가가 그 수많은 처음들에 힘겨워할 때, 그리고 그 순간들을 이겨내고 있을 때
'괜찮다. 괜찮아.' 하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이다. 그래서 내 아가가 이 세상에 애정을 가지고
따뜻하고 건강한 뿌리를 올곧게 내리는 과정을 지지해 주는 일뿐.
오늘도, 많이 안아주어야겠다.
내 아가도, 나도 이 낯선 우주에서 편해지도록.
우리 각자가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세상의 챌린지들을 겪어내야만 할 때, 그래도 너와 내가 서로를 안았던 온기가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2015. 10. 아름다운 가을의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