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

정서 동기부여 교육 심리 청소년

by 주윤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나타났을 때, 시험에서 모르는 문제 앞에 놓였을 때, 원하는 성과를 받았을 때, 실패하고 거절당했을 때 우리를 그곳에 붙잡아두는 강력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떨림, 즐거움, 두려움, 뿌듯함, 좌절스러움, 불안, 역겨움과 같은 정서(emotion)입니다. 정서는 삶의 중요한 순간 앞에 설 때마다 와락 나타나 금세 머리끝부터 엄지발톱 끝까지 나를 압도합니다.



우린 정서에 따라 움직입니다. 만나서 기분 좋은 사람은 또 만나고 싶어서 그 사람에게 연락하고 또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습니다. 만나서 기분이 나쁜 사람이 있었다면 거리를 두고 피하곤 하죠.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자역학이 새롭고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더라도 흥미롭고 호기심이 든다면 양자역학에 대한 책을 더 찾아보고 새로운 이론에 더욱 귀 기울이겠죠. 반면, 친구들이 다 축구를 좋아해도 뛰는 게 버겁고 땀이 나는 게 싫다면 쉬는 시간에 축구를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어떤 정서를 느끼느냐에 따라 어떤 행동을 얼마나 할지, 또는 하지 않을지가 달라집니다. 즉 정서는 우리의 행동을 불러일으키고, 특정 방향을 향하게 하며 지속하게 하는 힘인 동기의 원료입니다.



좋아하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은 우리 삶을 울창한 숲으로 만들어줍니다. 좋아하고 흥미로운 것은 내 일상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죠. 일상의 공부, 일, 관계에 지쳐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게임, 쇼핑, 놀이, 캠핑, 농구, 축구, 음악의 세계로 떠나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시면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힘이 생깁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그 세계를 더욱 탐험하고 싶게 합니다. 새롭고 낯선 일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은 괜찮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새 앨범이 나오면 들어야죠. 심지어 영어로 부른 노래여도 상관없습니다. 좋아하니까요. 그러다 영어공부는 덤이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좋아한다는 음악도 들어봅니다.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확장시킵니다. 좋아하는 마음에는 한계가 없으니까요.



좋아하는 마음에 창의성과 도전이 피어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은 더 잘하고 싶습니다. 어제와 다른 전략과 전술을 써서 해보고 싶어요. 잘하고 싶고 재미있으니까요. 져도 괜찮아요. 오늘은 졌어도 게임을 하는 이 순간은 즐거우니까요. 오늘 실패한 전략은 다음에 더 심화해서 도전해 보거나 전략을 수정해 보는 겁니다. 실패했다고 그만하는 건 좋아하는 마음엔 없는 일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입니다. 제 아무리 대문자 ‘T’인 내 마음도 몽글몽글해집니다. 나도 정서가 있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내 마음을 간질간질거릴 때 내 마음은 물을 준 화분처럼 곱고 고운 싹이 틔어납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갑니다.



나의 세계를 넓히고, 도전하게 하고, 생생한 삶을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좋아하는 마음을 꽉 쥐고 잘 기억해 주는 삶은 행복한 삶입니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마음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좋아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가고, 계속하게 할 테니까요.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에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의 영원한 질문 중의 하나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과 대등한 관계여야 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일이기만 하다면 이 질문 자체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직업은 잘해야 하니까요. 좋아하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잘하는 사람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은 후, 그 위에 자신만의 색을 입히는 사람입니다.



경민이는 바게트를 좋아합니다. A 빵집의 바게트도 맛있고 B 빵집의 바게트도 맛있고, 먹어본 바게트는 다 맛있어서 먹을 때마다 행복하다면 경민이는 바게트를 그냥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기분이 좋아지고 싶을 때 바게트를 즐기며 에너지를 얻으면 자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형민이도 바게트를 좋아합니다. A 빵집의 바게트는 조직감이 좀 더 단단해서, B 빵집의 바게트는 조직감이 얇고 바사삭한 겉면에 안은 촉촉해서 좋아합니다. 묵직한 바케트가 생각날 땐 A빵집에 가고, 좀 더 가벼운 식감을 원할 때는 B빵집에 갑니다. 형민이는 바게트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고 관련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바게트를 좋아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다른 것은 차이를 감별해 낼 수 있는 안목이 있느냐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흥미가 되어줍니다. 나의 흥미를 알 때 흥미를 음미하며 내 삶은 자주 행복해집니다. 좋아하면서도 안목을 가진 마음은 취향이 되어줍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때론 까다롭게 굴지만 차이를 감별할 때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나만의 취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직업은 나의 능력과 타인의 욕구 간의 줄타기이니까요. 까다롭게 좋아하는 마음, 그 마음이 내 콘텐츠가 되고, 내 직업이 되고, 셀프 브랜딩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좋아하는 일을 꼭 직업으로 해야하나요? 이미 우리는 여러 일을 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꼭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죠. 내가 하는 일 중에 여러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위해 도와주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위해 나를 돌봐주는 여러 일들은 나름의 의미를 갖습니다.


여러 일을 할 수 있다고 볼때, 좋아하는 마음을 깊게 파고들어 일은 꽤 매력적인 일입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지치지 않습니다. 빵의 세계의 끝까지 파고들고, 음악의 세계의 끝까지 손을 뻗어 경험해보세요. 깊게 끝까지 파고들었던 사람은 또 다른 일에서도 끝까지 해냅니다. 어떤 일을 하던지 그 깊이를 만질 수 있게 해줍니다. 그렇게 내 삶에 나만의 스토리가 쌓이고 깊어집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우리를 움직여요. 즐겁게 합니다. 또 하고 싶게 해요. 그 마음들이 있어서 우리는 해야 할 일들을 차곡차곡해나가며 사이사이에 행복할 수 있어요. 해외여행이고, 스테이크를 먹고 이렇게 거창한 것일 필요는 없어요. 저녁을 먹고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먹는 시간, 아침 등굣길에 계단을 걸어가는 혼자만의 시간, 언제나 들을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 휴대폰을 켜면 볼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가끔 일상이 무료할 때 좋아하는 것 쪽으로 나를 쉽게 데려갈 수 있도록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손 가까이에 몇 개 두세요. 자주 행복할 수 있도록. 그렇게 내 삶을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데려가주는 삶, 그게 잘 삶의 동기라는 연료가 잔잔히 이어지는 오늘일 겁니다.


나를 보여주는 화나게 하는 마음


화는 나를 설명하는 아주 결정적인 단서입니다. 우리는 위협에 처했거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훼손되었을 때 화를 냅니다. 부정 정서는 우리를 물리적인 위협과 정서적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기 위해 발동되거든요. 긍정정서가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면, 부정정서는 생존하게 합니다.



우리는 가치관과 다를 때 화를 냅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 화를 낸다는 것은 내가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구나 하고 여기면 됩니다. 친구의 말투에 화가 나는 순간, ‘아, 나는 말투를 중요하게 여기는구나.’, 내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내 메뉴를 시켰을 때 언짢았다면 ‘아, 나는 내가 선택하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구나.’, 친구가 새치기하는 것을 보았을 때 아무리 친구라도 ‘그러면 안 되지.’하고 말한다면 나는 공정함을 중요하게 여기는구나 하고 나를 발견하는 겁니다.



불편하거나 화나는 상황의 공통점을 수집하는 것은 나를 지키는 일이 되어줍니다.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때마다 불편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 사람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조용한 곳에서 더 집중이 안 되어 힘들다면 백색소음이 일어나는 곳에서 공부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친구 따라 밤새 공부를 해보았는데 머리에는 안개가 낀 것 같고, 다음 날 아침에는 졸기만 했다면 나는 일찍 자고 아침에 일어나 공부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불안과 긴장의 두 얼굴

공부할 때 느끼는 대표적인 부정적인 감정은 불안과 긴장입니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거나 잠을 자기 전 불안한 감정들이 찾아옵니다.

‘공부한 것에서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

‘내가 약한 문제 유형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이번에 틀리면 등급이 떨어지는 데 시험을 못 보면 어떻게 하지?’

불안이 나를 감싸고 도통 잠이 오지 않는 밤이 길어집니다. 눈을 감았지만 도무지 잠이 들지 못하는 그 밤. 일단 내일을 위해 억지로 눈을 감아봅니다.


불안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실이 아닙니다. 불안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불안과 현실은 별개입니다. 높은 불안을 완화하는 비결은 행동입니다. 데카르트는 ‘망설임이 악 중의 최고의 악이다’라고 했습니다. 불안에 사로잡혔다면 책을 펴고, 펜을 들기를 바랍니다. 망설임에서 벗어나 행동하기 바랍니다. 행동할 때 두려움은 낮추고 성공을 위한 준비는 탄탄히 할 수 있습니다.



시험이나 발표처럼 평가의 순간에 발휘되는 부정적인 감정은 긴장입니다. 손에 땀이 나서 펜이 헛돌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만 같고,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심호흡을 하고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격려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실제 상황에서 겪는 긴장은 연습으로 완화할 수 있습니다. 긴장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은 낯설거나 아직 능숙하지 않은 활동이라는 신호입니다. 반복해서 연습하여 익숙한 활동일 때 우리는 덜 긴장합니다. 심지어 능숙한 활동에서 긴장할 때는 ‘흥분되는 긴장감’과 같이 긴장마저도 긍정적으로 재해석합니다. 나의 연습이 긍정적인 긴장을 만들어 나를 돕습니다.


불안과 간장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집중력에서 살펴보았듯이 적정 수준의 긴장은 집중력을 향상시킵니다. ‘시험을 못 보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은 시험공부를 하게 합니다. 미리 준비하게 하는 거죠. ‘실수하면 안 돼!’ 하는 긴장은 시험을 볼 때 좀 더 집중해서 주의력을 발휘하게 합니다. 내 실력을 그대로 발휘하거나 때론 연습 때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며 ‘나는 실전에 강해.’하는 생각도 하게 하죠.


문제가 되는 것은 불안과 긴장 수준이 높아 수행을 방해하는 상황입니다. 불안이 높아 공부하기도 전에 걱정이 앞선다면 정작 공부하거나 준비를 위한 시간이 줄어듭니다. 또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질수록 다음날 수행에 지장을 줍니다. 우리 뇌는 자는 동안 뇌의 노폐물을 청소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높은 긴장은 몸에 즉각적인 신호를 보냅니다. 목소리가 떨리고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빠르게 뛰죠. 자연스레 실수가 잦아집니다.


불안과 긴장이 느껴질 때 한 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나만 불안한 것은 아니다. 다 불안하고 다 긴장하고 있다.’ 실제 시험과 발표와 같은 상황은 모두에게 낯설고 부담되어 불안과 긴장이 고조된 상황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죠.

‘쫄지 마세요. 지금 다 쫄리는 상황입니다.’


정서 가다듬기


삶의 중요한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보다 먼저 앞서 마중 나가있는 정서를 가다듬는 일입니다. 정서에 압도당할 때 기회를 놓치거나 실패 앞에 더 크게 좌절합니다. 특히 ‘화’와 불안과 같은 부정정서를 조절하지 못할 때 내 마음에도, 주변 사람에게도 화상을 입힙니다. 색종이를 구겨보세요. 그리고 다시 펴봅니다. 구긴 색종이는 원래대로 펼 수는 있지만 구겨진 자국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조절되지 못한 화가 내 마음에 남긴 화상 자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를 조절해서 덜 상처 내는 것은 내 삶에 중요합니다.


사회정서학습(SEL)에서는 정서를 인식하고, 현명하게 조절하여 경험하고, 주변 타인에게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삶의 기술이라고 말합니다. 정서를 가다듬는 유능한 기술을 가질 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루고,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목표한 일을 이루어내며 내 삶을 나대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내가 어떤 정서를 느끼는지 알아주는 일입니다.


정서의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일은 그 시작입니다. 누군가를 아는지 모르는지, 저 물건을 아는지 모르는지의 기준은 ‘이름’을 아느냐입니다. 정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이 정서가 ‘두려움’인지, ‘화’인지, ‘서운함’인지, ‘슬픔’인지, ‘억울함’인지 알고 이름 붙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정서를 느끼느냐를 알고 이름 붙여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입니다. 나는 좋아하는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사람인지, 상대의 태도가 나의 가치관과 다른 데에 화가 나는 사람인지, 때론 내가 하지 못한 일을 상대가 해줘서 홀가분함을 느끼는지,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는 사람인지 알아야 합니다.


이 경험들이 쌓이면 나는 어느 상황에 화가 나는 사람인지, 서운한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나를 알고 정서를 만나는 것은 나를 모르고 정서에 압도당할 때보다 더 유리한 입장에 서서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정서는 선택과 행동의 동기가 되어줍니다. 좋아하는 마음과 화나는 마음에 돋보기를 대고 귀 기울여주세요. 좋아하는 마음이 내 삶을 만들고, 싫어하는 마음이 나를 준비하게 하고 나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갑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정서를 편안하게 경험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내 정서를 편안하게 전달하는 삶은 더욱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