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뭐라고 생각해?

동기 공부태도 교육 심리 청소년 마인드셋

by 주윤

공부에 대한 영원한 질문 한 가지를 꼽는다면, “공부는 머리일까, 노력일까?”가 아닐까 합니다. 심지어 이런 말도 하죠. “노력도 능력이야.”



능력 vs 노력, 무엇이 맞을까요? 이 질문으로 우리를 가두려 할 때 우리는 손을 들어야 합니다.

“꼭 둘 중에 골라야 하나요? 질문을 바꾸고 싶습니다.”



공부해 본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능력과 노력 둘 중 하나는 아닙니다. 둘 다 필요합니다. 이때 중요한 문제는 노력과 능력을 무엇으로 보느냐입니다. 컵에 물이 절반 들어있는 것을 보고, “절반 밖에 없어.”하는 사람과 “절반이나 있네.”하는 사람이 세상을 보는 모양과 행동의 방향은 달라집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능력을 어떻게 보느냐는 공부에 대한 생각과 공부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만듭니다.


능력에 대한 믿음


실체론(fixed) 능력은 고정된 거야!

능력을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능력은 우수한 뇌, 창의적인 유전자가 있고 이건 좀처럼 변하는 게 아니라고 여깁니다. 이런 사람에게 노력은 능력이 부족해서 하는 활동입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고요?

“나 이번에 역사 시험 준비하느라 교과서 3 회독했잖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능력을 고정된 것으로 보는 사람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저 애는 머리가 나쁜가 봐. 무슨 3 회독이나 해.’



실체론은 경험에 대한 해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들은 실패 상황에서 능력 귀인을 합니다.

‘난 머리가 나빠.’ ‘어차피 노력해도 안될 거야.’

또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처럼 성공했을 때 내 능력을 믿고 방심하기도 합니다.

‘난 이렇게까지는 안 해도 되던데.’

당연히 노력을 덜 합니다.



뿐만 아니라 노력하는 모습을 감추기도 합니다. 공부를 한다는 건 머리가 나빠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노력을 숨깁니다

‘나 공부 하나도 못했어. 그냥 봐야지 뭐.’


노력하지 않아도 나는 머리가 좋아서, 능력이 있어서 잘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내 노력을 부끄러워합니다.


증가론(growth) 능력은 변하는 거야!

능력은 개인적 특성이지만 노력, 훈련, 연습으로 변화 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 노력이란 나의 성장과 발달을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활동으로 여깁니다. 이들은 학업이나 일에서 성공할 때뿐만 아니라 실패로 좌절할 때도 노력에 귀인합니다. 따라서 성공은 노력 덕분으로 여겨 노력한 자신을 뿌듯하게 여기며 자존감을 키워가고, 실패는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 노력합니다. 또는 전략을 살펴보고 수정하며 자신을 계속된 과정에 놓아두며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무엇보다 능력을 고정된 것으로 보는 사람과 변화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은 새로운 도전에서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능력을 고정된 것으로 보는 사람은 내 똑똑함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나 실패해서 내 머리가 좋지 않음이 드러나는 것은 매우 두려워하죠. 당연히 도전적이고 어려운 문제를 선택하기보다는 재밌고 쉬워서 실수하지 않을 만한 문제를 선택합니다.



능력을 변화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은 능력은 더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들은 지금의 능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약간은 어렵지만 새로워서 노력을 해야 하는 문제를 선택합니다. 현재는 부족하지만 노력이 내 능력을 변화시킬 것이라 믿기 때문이죠.



이 두 친구가 현재 능력에 차이가 거의 없다면, 이후엔 어떻게 될까요?


우리는 변하는 존재


실제로 우리는 합니다. 변하지 않는 건 없어요. 지금 우리를 보세요. 태어났을 때를 비교했을 때 지금의 나는 우리가 변화하는 존재라는 너무나 확실한 증거가 되어줍니다.



나무는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매해 새로운 봄이 되면 새 잎을 돋아 냅니다. 올봄에 돋아낸 연둣빛 새잎은 작년, 그 작년의 잎과 달라요. 올해의 기온, 바람, 토양의 색, 봄비의 정도는 매해 다르기 때문이죠. 뿌리의 뻗침도 기둥 안의 나이테도 모두 달라져요. 다만 해가 갈수록 양분을 잘 먹고 햇빛 쪽으로 가지를 더 뻗는 노력을 하면서 매해 더 울창한 나무가 됩니다. 매해의 나무는 늘 새것의 나무예요.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 했던 운동, 배운 공부, 만난 사람, 내 손을 거쳐 간 경험, 경험을 해석하는 내 생각에 따라 나라는 사람도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오늘의 나는 작년의 나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하루의 발달이 누적되어 더 풍성해진 나입니다.



뇌과학에서도 이런 사례를 볼 수 있어요. 2000년 미국 국립 과학회원보는 영국의 택시운전사의 뇌를 검사한 결과를 통해 뇌가 연습과 훈련으로 변화함을 보여줍니다. 골목길이 많은 영국 런던에서 택시운전사인 블랙 캡(black cab)이 되려면 2만 5천여 개의 도로와 320개의 루트를 기억해야 해요. GPS를 이용하지 않고 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거죠. 이 때문에 런던 택시 기사들은 학습과 기억, 특히 공간 기억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해마 영역이 일반 사람들보다 더 크고 발달되어 있다고 해요. 어떻게 사느냐는 뇌의 모양을 바꿉니다.


뉴런 안에서도 자주 단련시킨 영역의 정보는 더욱 잘 처리됩니다. 뉴런의 수상돌기에서 다른 뉴런에게 받은 정보는 축색이라는 통로를 거쳐 축색 말단으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은 전기적 신호로 이루어지는데, 문제는 원래 축색은 피복이 없는 전선에 불과해서 전기적 신호가 원활히 이동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처음 본 단어, 몇 번 안 본 사람의 얼굴은 잘 안 외워져요. 수초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눈으로 들어온 시각정보가 기억 속의 해마로 들어가는 데 버벅거리는 거죠. 하지만 해당 영역에 대한 반복과 잦은 경험은 축색에 피복 전선을 감아주는 수초화를 이끌어내어 익숙한 정보는 누락 없이 빠르게 처리합니다. 즉 반복해서 여러 번 본 사람의 이름이나 단어는 금방 떠오르게 됩니다. 반복과 연습이 만든 변화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초화가 잘 이루어진 영역은 새로운 문제도 잘 해결합니다. 음식을 잘하는 사람은 새로운 레시피를 보아도 금방 따라 할 수 있고, 심지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기도 하죠. 특정 과제에 더 많이 도전하고, 연습하고, 참여할수록 수초화가 더 쉽게 이루어져 이해가 빨라지고, 한꺼번에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반복과 연습은 뇌를 변화시키고, 덕분에 우리의 생각과 삶을 변화시킵니다.



우리의 지능, 문제해결력과 같은 능력은 변합니다. 우리가 연습과 도전, 반복을 계속하고 관심을 잃지 않을 때 그 분야에 대한 능력은 향상됩니다. 우리의 손톱이 더디게 자라서 매일매일은 얼마큼 자랐는지 알아채지 못하다가 어느덧 쑤욱 자란 손톱을 보게 되듯이, 우리의 능력도 그 변화가 너무나 비밀스럽게 일어나고 있어서 매일의 순간에 얼마나 능력이 자랐는지는 눈치채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능력은 변화하는 것으로 여기는 마음을 꽉 쥐고 있을 때, 우리는 더 참여하고 실패 앞에서 전략을 수정하고,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며 내 뇌의 시냅스 연결을 좀 더 정교하게 하는 활동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어렵게 여겨지던 문제가 조금은 수월해질 때, 우린 만날 수 있습니다. 생각의 면적을 넓혀가는 우리의 능력을.

다음은 동기에 유리한 목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