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주윤

"엄마도 우유 먹고 커야지."

"에이~ 엄마가 어떻게 더 커요. 엄마는 다 컸잖아요."

"응? 엄마도 더 클거야. 엄마가 지금 40인데 50살 60살까지 40살의 생각으로 살면 되겠어? 마찬가지로 30살때 생각으로 40살때 살아도 될까?"

"아! 아니요. 그러면 안돼지요."

"그치? 초등학생 주윤이 엄마는 유치원생 주윤이 엄마보다 더 나아져야하잖아. 게다가 우리 주윤이는 계속 더 성장하고 멋지게 변할텐데 주윤이가 변하면 엄마도 변하지. 안그래? 우린 같이 있잖아."


아이는 나의 환경이다. 그것도 내 하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강력한 환경인데, 이 환경은 매일이 다르다. 어떤 날은 사랑스럽게 웃으며 말을 걸고, 눈을 반짝이며 내게 엄지를 치켜세운다. 또 어떤 날은 하늘을 망치로 때리고 싶을만큼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여덟살에겐 아직 '그럴 수도 있지.'라는 타협이 없다. 그저 매 순간이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하고, 분하고, 화가나고, 짜증스럽다.


진심의 하루들을 살아가는 여덟살 덕분에 엄마인 나도 날로 새로운 하루들을 살고 있다. 여덟살을 눈 앞에 둘때는 나도 여덟살이 되어 같이 웃고, 사랑하고,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우린 그렇게 치열하게 서로 여덟살로 지내다가 아이가 학교나 학원으로 가고 나면 난 마흔살의 나로 돌아온다. 마흔살로 돌아오는 순간, 어디 숨어있었는지 모르는 걱정들은 모두 나에게 달려온다. 그리고 찰싹 붙어 걱정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한다. 그 순간 나의 사랑스러운 여덟살과 관련된 모든 것은 다 진심의 걱정이 된다.


그런데, 참 신기한것은 그 걱정의 눈덩이는 내가 아이와 눈을 맞추는 순간, 그리고 이제 제법 두툼해진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순간이 오면 모두 눈녹듯 아니 증발하듯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신 하나의 생각이 자리잡는다. 내 아이의 모든 것이 내 아이의 강점이 되기를.


무엇보다 확실한 한 가지. 내 생각 속의 아이보다, 내 눈앞에 내 아이는 언제나 더 근사하다.


내 사랑스러운 여덟살! 네가 참 멋진 사람이어서 네가 만들어가는 진심의 하루들 덕분에 나도 널 닮아 커간다. 네가 내 환경이어서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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