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모르고 있어야 좋은 세상이 있다. 내 예상과는 너무나 벗어나는 현상이 너무나 선명해서 보는 순간 분노가 차오르는 일. 기대했던 모습이 실제와는 달라서 실망스러운 일. 생각지 못한 상황에 헛웃음이 나오는 일. 순간의 경험임에도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 온 하루를 지배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호들갑을 떨게 되는 일. 그런 일들이 있다. 이 모든 일들은 바로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의 원격 화상수업을 지켜보고 있으면 된다.
늘 그렇듯, 처음엔 참 나이스 했다. 아이는 컴퓨터로 원격 화상수업을 한다는 생각에 설레 했다. 나도 덩달아 화상수업이구나! 하고 기대하며 노트북을 세팅하였고, 혹시나 화상수업에 못 들어가면 어쩌지 하고 긴장하며 화상수업 주소를 찾아갔다. 성공!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고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신이 났다. 그렇게 기가 막힌 광경이 시작되었다.
“선생님! 소리가 안 들려요!”
“선생님! 소리가 너무 커요!”
“선생님! 몇 교시예요?”
“선생님! 언제 끝나요?”
“선생님! 누워있어도 돼요?”
“선생님! 제 동생은 지금 울고 있어요!”
“선생님! 제 동생은 4살이에요!”
"선생님! 저희 강아지예요!"
“선생님!” 이 단어가 온 집에 울린다. 오전 9시부터 1시까지 적어도 만 번쯤 들린 것 같다. 화상수업 전, 아이에게 헤드셋을 씌워야 하나 싶던 생각은 이런 상황에 헤드셋을 끼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그저 온 집에 울리는 그 소리들을 함께 듣게 되었다. 병아리 같은 1학년 어린이들이 만난 화상수업은 온통 새로운 것들 투성이어서
“선생님!”이 아우성에 어린이들은 진심을 담았다.
그리고 또 하나, 각 집에서 울리는 진심의 목소리들.
“똑바로 앉아!”
“여기를 봐야지!”
“연필 잡아야지!”
“선생님 설명을 들어야지!”
그렇다. 나도 그렇다. 나도 아이 옆에 도끼눈을 뜨고 앉아있는데, 우리 아이의 딴짓에 화가 난다. 선생님께서 다정하게
“20쪽을 펴세요.” 하시는데 “몇 쪽이에요?”
“수학 익힘책을 꺼내세요.” 하시는데 아이는 수학책을 뒤적이며 “엄마! 어딘지 모르겠어요.”
“주윤이도 발표해봐! 왜 안해?”
아~이렇게 또 친자확인을 한다.
“엄마가 눈 선생님! 해야 한다고 했지? 손 무릎! 똑바로 앉아!”
이렇게 불호령을 내고는 황급히 음소거를 눌렀다. 아~ 내 목소리도 어느 집에 울려 퍼졌을 생각을 하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 나름 생긴 건 조용하게 생겼는데, 이미 소리 질렀으니 담임선생님께 창피해서 어쩌나... 이렇게 진심의 소리들은 너무나 진심이어서 주변 환경을 잊는다. 아~망했다.
대망의 5교시 수업이 되었다. 그래, 이제 이것만 하면 끝나는구나 싶어서 부디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싶었다. 5교시는 종이접기 시간이다. 아이도 준비물인 색종이를 가지고 준비를 했다. 나는 더 이상 옆에서 지켜보기 부끄럽기도 하고 아이를 한 번 믿어보자 싶은 마음에 안방으로 들어왔다. 사실, 안 보면 좀 마음이 편하겠지 싶어서 안방으로 피신한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소리만 듣는 것은 또 다른 신세계였다.
“선생님! 화면이 멈춰서 못 봤어요.”
“00아~ 부모님께 인터넷 연결 확인해달라고 부탁해봐요.”
“선생님~집엔 할머니랑 저만 있는데, 할머니는 유튜브밖에 못해요.”
“선생님! 저는 지금 형아랑 있어요!”
“선생님! 저는 할아버지랑 있는데, 할아버지 잠깐 나가셨어요!”
“선생님! 이다음 단계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선생님 저는 안돼요ㅠㅠㅠㅠㅠㅠ”
급기야 화면만 보고 종이접기를 따라 하지 못한 어린이들 몇몇은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또 다른 어린이의 진심의 목소리에 웃음이 터졌다.
“처음엔 좋았는데...”
그래, 진심들은 참 솔직해서 주변 공기의 흐름을 바꿔놓기 마련이다.
우리 1학년 어린이들의 화상수업은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해보고 싶어서 “선생님!”을 그렇게 수십 번을 불렀고, 잘 안되니 포기하기보다는 묻고 또 물어보며 해결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답답한 어린이는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였다.
이 진심의 1학년 어린이들에게 포기는 없었다. 원격 화상 수업에서라도 해내고 시도하고 도움을 받고 때론 실패했다. 그 진심이 담긴 1학년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어느샌가 참 대견하고 예뻤다.
그리고 그 진심에 화답해주시느라 아이들의 한 마디 한마디에 다정하게 대답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 나를 부르는 그 만 번의 소리들, “선생님!”
‘이 정도면 선생님께서 호흡곤란이 오실 것 같은데...’
‘선생님 오늘 수업 끝내시고 맥주 3캔 하셔야겠는데...’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계획된 수업을 진행해나가셨고,
“00이 기분이 좀 좋아졌구나!”
“울지 말아요. 괜찮아요. 학교 오면 알려줄게요. 00이 어머님, 00이 한 번 안아주세요.”
이렇게 심지어 표정이 안 좋은 아이까지 세심히 살펴주셨다. 노트북 너머로 그 다정함이 전해졌다.
그렇게 1학년 어린이들과 담임선생님의 화상수업은 진심의 세계였다. 1학년 병아리들의 “선생님!”을 부르는 진심의 목소리를 담임선생님께서 “그랬어요?”하고 받아주셨다. 그리고 화장실 가고 싶은 자녀, 딴짓하는 자녀, 우리 집 대소사를 다 말하는 자녀를 똑바로 앉혀놓으려는 부모님들의 진심의 도끼눈이 있었다. 이 다정함과 도끼눈들에는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각자의 진심이 모여있음이 보였다. 거실은 소란스러웠고 처음 경험한 화상수업의 순간은 혼란스러웠으나 마음은 든든했다.
든든한 마음에 더해서
‘우리 아들은 선생님을 안 부르네. 기특하네!’ 하는 마음을 가지고 거실로 나가보았다. 조용하다 싶어서 수업에 차분히 참여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들은 이미 딴짓 중이다. 나의 진심이 훅 불어와 든든함과 기특한 마음은 빠르게 휘발되었다.
‘그래, 선생님 100번씩 부르는 아이들은 도리어 수업 참여한 아이들이었네. 조용한 애들은 딴짓하고 있었네...’
이렇게 긍정의 마음은 참 가볍고, 부정의 마음은 무게감이 있다. 황급히 잊고 있던 화가 마음에 단단히,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 도끼눈과 불호령을 장착하고 나의 진심을 발휘해본다.
“김~주~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