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서 삼성그룹 입사하기까지의 여정(2)

헤어드라이어 6년을 통해 내공을 쌓다

by 에버구루

부제를 보고 축구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헤어드라이어? 무슨 말이지?'라고 생각할 테지만,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경기하는 걸 본 남녀노소라면 단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맨유의 전설적인 감독인 퍼거슨 감독은 훈련에 소홀하거나 경기에서 감독의 입맛에 맞지 않은 경기력을 보인 선수에게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로 불같이 다그친다고 해서 '헤어드라이어'로 불렸다.


그렇다. 1편에서 잠깐 언급하였던, 면접에서 필자가 마음에 들어 경영관리로 채용한 임원은 헤어드라이어로 유명한 분이셨다. 어찌나 성격이 급하고 불같은지, 지시한 당일에 보고를 안 하거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야~EC"로 시작하여 소위 식빵을 굽고 샤우팅을 시전하였다. 분노가 극에 달하는 날은 책상을 손으로 내리치며 "그건 니 생각이고", "뭔 소리 하는 건데"라는 대사도 종종 하셨다. 더구나 외모는 본인도 인정하는 부분인데, 드라마 야인시대의 시라소니를 닮기까지 해 헤어드라잉의 효과가 배가되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취업한 옆부서 동료는 처음에 그 모습을 보고 식겁을 넘어 경기를 일으키더니만, 나중에는 상사가 그럴 조짐을 보일거나, 자주 그러는 보고자가 보고를 하려고 할 때 잽싸게 화장실로 도망가곤 했다.


사회생활을 한 독자 분들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던 곳이라면 사원대리 정도일 텐데 임원을 만날 일이 있나?"라는 생각을 바로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임원은 필자가 소속한 부서의 팀장을 겸임하였고, 정말 지독하게 호출되어 업무지시를 받거나 보고하는 과정에서 셀 수 없을 정도의 헤어드라잉을 당하였다. 같은 부문 다른 동기나 동년배 동료들은 중간에 팀장이 있어 보고할 일이 없는 게 그때는 마냥 부럽기만 하고 나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 보고 참 많이 하늘을 원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오래 이분을 겪은 같은 부서였던 차장급 팀원은 "보는 스케일이 다르다", "한두수 앞을 본다"라고 할 만큼 업무 지시할 때 명확히 포인트 집어주었고, 보고 시에도 피드백이 짧고 깔끔했다. 또한 현업에 협조 요청 시에 해당 부문 임원이 반대하거나 설득 및 협조가 안 되는 것을 즉시 보고하면, 직접 가서 설명을 하고 합의를 구하였다. 후에는 화살을 막아주는 방패막 또는 빗물을 막아주는 우산이라는 느낌까지 들곤 하였다.


또한 원칙을 지키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특히 예산 관련해서이다. 필자가 사내사규 등 절차를 준수해 현업담당자와 갈등이 빚었다거나 혹은 타 부문 임원들이 직접 전화해 전결 절차 없이 다음 달 예산을 당겨달라는 하는 등의 대한 예산요청을 거절한 것에 대한 볼멘소리를 들을 때 상당히 흡족해하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필자는 회사 역대로 가장 인기가 없는 예산담당자였다고 선배들에게 놀림을 당했는데, 밸런타인 데이나 빼빼로데이 때 초콜릿이나 뺴빼로를 가장 적게 받은 예산담당자였다고 한다.


인기가 없는 예산담당자보다 더 서러웠던 점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같은 부서 동료가 있었는데, 그 동료에게는 헤어드라잉을 시전 하는 걸 거의 못 보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담당업무 대해서도 불러 깨고, 업무가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른 업무까지 담당하게 해서 또 깨고, 심지어 그레이 영역의 일을 시키면서 깨고, 보고를 받으면서도 깨기도 하였다. 그 동료는 SKY 상경 출신이었는데, 그래서 차별하나 싶을 정도로 대하는 것에 차이가 상당했고 시간이 지나 생각하면 그게 아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에는 상당히 서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자정이 살짝 지난 지금 현재 글을 작성하면서 예전에 그 임원에게 중요한 보고가 있기 전날에는 층에서 혼자 남아서 검토하다가 자정이 지나 퇴근하고 다음날 보고할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곤 했던 기억이 난다. 고생은 하였지만 그분 덕분에 소위 '밥값하는 직원'이 되고 훗날 SK, 삼성그룹에서 일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하며, 이번 편을 이쯤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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