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코인 시장이 활황일 때 나는 주변에 지인에게 열심히 권하고 다닌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내가 말하기를 좋아하는 타입이라 여기저기 떠벌떠벌 하며 다녔던 것 같다.
그중에 한 분 사설 학원 원장님이 있었는데(나보다 연배는 어렸다) 그분에게도 버릇처럼 코인이 투자처로 괜찮다는 이야기를 나눴고 평소 투자에 밝았던 원장님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투자를 하게 되었다.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에 한 달 간격 정도로 연락을 주고받았었은데 그때가 마침 루나 사태가 터진 직후였다.
루나가 최저점을 찍었을 때 몇백만 원 정도 투자해서 20배의 투자 수익을 얻었다고 했다.
그때 밝힌 수익이 10억이었고 그 후 매달 10억씩
증가하여 4개월이 지난 후에는 40억이 되었다고 했다
놀라고 부러운 마음이 당연히 들었지만 어떻게 한 거냐고 자세히 물어보지는 못했다
이야기해도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였고 알려준다 한들 실행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 버는 일에 재미를 붙였는지 쿠팡 잇츠 알바도 하고 있다고 했다. 퇴근하는 길에 한 건 하면 전기차 충전비 정도 벌 수 있다고
와이프에게 이야기했냐고 물었더니 씀씀이가 헤퍼질까 봐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 같으면 입이 근질근질해서 먼저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좀 지난 몇 달 후 연락에서는 도박중독으로 상담사와 상담 중이라는 우울한 소식을 전했다
코인 도박으로 일주일 만에 2억을 날리고 바로 상담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역시 큰돈을 모은 만큼의 비범함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은 번거 다 날리고 상담을 신청하는 게 루틴이 아닌가?
그가 40억 번 시점에서 “이제 돈걱정은 없어요”라고 이야기했고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아마 나는 죽어도 할 수 없는 말일 지도 모른다
나도 돈걱정 없이 살고 싶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럴만한 용기가 없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단시간에 그런 큰돈을 벌기 위해 감행한 모험을 대충 상상해 볼 수 있다
몇번의 어려운 줄타기가 있었을 것이고 다행이 그는 줄을 잘 건넜다
그동안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모험을 감행했었지만 돈에 대해서는 그런 적이 없다
내가 투자에 재능이 있을 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었고 당장 큰돈이 들어갈 만한 일이 없다는 것도 도전적인 투자를 선택할 만한 의지를 감소시켰다
내 주변에 부자들은 꽤 봤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었는데 막상 나와 비슷한 처지에서 단숨에 경제적 자유를 만든 사람을 보니 비현실이 현실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마치 내가 40억을 가진 거처럼 감정 이입을 하게 되니 그가 가진 약간의 불안과 걱정도 이해가 되었다
나는 그가 100억대 부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백 프로는 없지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오는 사람은 도전에 성공할 수 있는 기회도 오게 되는 것이다
비록 나는 30프로 손실을 아직도 매꾸지 못하고 있지만 나보다 더 힘든 분들을 생각하면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