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는 3년 전 흉선암에 걸렸고 다행히 2기여서 완전절제 수술 후 지금은 관찰만 하고 있다.
수술은 잘 되었지만 항상 재발의 우려가 있고 보통 여기서 재발하면 바로 4기(원격전이)로 가기 때문에 아주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해야 하고 그나마 완치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이제 내년이면 50이니까 암에 걸린 것이 완전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내 나이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암에 걸렸기 때문에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가장 놀라운 일은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인데 이게 그냥 듣는 것과 높은 실현 가능성을 가지고 듣는 것은 가히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수험생과 비수험생, 군필과 미필의 차이 정도의 놀라운 차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과거의 나를 포함해서) 언젠가 자기가 죽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해 보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알면 환우 카페에서 매년 투병하다가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삶에 대한 의욕이 솔직히 떨어지게 된다.
나는 운이 좋아 삶이 연장되었는데 왜 그런 생각이 들까?
이유는 두 가지이다. 지금 열심히 생활해서 무언가를 이룬 들 가까운 미래에 죽게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비관이고 또 그렇다면 스트레스 안 받고 편하게 지내는 것이 재발을 좀 더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포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암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념의 기회를 가져 볼 수가 없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삶이 유한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일단 살아 남은 나는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암이 걸린 게 운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완전히 이상하긴 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이유도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의도지만 어차피 글로 얻는 간접 경험들은 사실 진짜 경험이 될 수 없고 인간이 가진 공감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10프로 미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0프로도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상당히 유의미한 간접경험인 것이다.
특히 가까운 주변에 암환자가 있다면 그 사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마음의 여유가 별로 없기 때문에 나 같은 경우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누구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희생하고 싶은 마음도 싫은데 참고 견뎌야 하는 마음도 갖기 싫기 때문이다.
이제 아무것도 몰랐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는 이미 빨간 알약을 먹어버린 네오의 처지가 되어 버렸다.
최악의 상황은 이렇게 걱정만 하면서 100살까지 살아 버리는 것이다.
너무 짧게 산다는 마음도 너무 길게 산다는 마음도 행복한 인생을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나는 중간쯤에 10년이든 20년이던 적정선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대략 확실하게 15년 정도를 산다고 생각하고 살면 너무 비관적이지도 너무 낙관적이지도 않게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