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n honor to drive with you
스팅어는 내 자동차 연구원 생활의 최전성기와 함께 보낸 차라고 할 수 있다
40대 초반의 모든 열정을 다 쏟아서 개발에 참여했고 그 결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놀라웠다
하지만 수년 동안 경영진의 지원으로 엄청난 인원과 자원을 쏟아부었고 뛰어난 동료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있었기에 수많은 미디어의 찬사에 놀라지는 않았다
출시 당시 국내/해외의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지만 우린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개발 당시에 이미 수년의 벤치마킹을 통해 경쟁사들(BMW/Benz/Audi)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차를 개발하면서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고 오만했던 내 40대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어렸다
차를 좋게 만들려고 너무 욕심을 부렸고 욕심을 부린 만큼 그 공도 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 거저 되는 일은 없다
질질 흘리고 다니며 일만 벌이는 나를 동료들이 챙겨주지 않았다면 머 하나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다
그때는 나 잘난 맛에 살고 그런 것들을 고마워할 만큼의 겸손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이후에 암에 걸렸고 운 좋게 죽음의 고비를 넘으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하찮고 작은 존재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일들이 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뛰어난 상사와 더 뛰어난 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커다란 운이고 또 주목받는 일을 맡아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운이었다
모두의 노고로 패밀리카만 있던 심심한 전 세계 기아 쇼룸에 자랑스럽게 전시할 만한 얼굴마담이 탄생했고 이제 내연기관의 종말과 함께 1000대의 트리뷰트(헌정) 한정판을 남기고 무대에서 명예롭게 내려가려고 한다
아마 다시는 내 인생에서 이런 거대 프로젝트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차는 늙은 엔지니어의 술자리에서 평생의 자랑으로 남을 예정이다
* R&H(ride&handling)개발자
박준홍/최남찬/조재성/최장한/박호준/오승철/박상민/권종혁/최민석/이호용/이용섭/우승훈/박재용/이대형/이정길/권승기/신영곤/정운조/김우균/전세환/유한상/황상민/이형래/신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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